“남종화는 깨달음의 과정에서 직관을 내세우는 선종과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채색 위주의 북종화와 달리 먹의 농담(濃淡)으로 심상을 표현합니다.”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중앙박물관 나무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여는 조계종 총무부장 원학 스님(56)은 “짙고 옅어지는 먹의 세계가 사람이 살면서 겪는 마음의 변화와 닮았다”고 말했다.
서울 봉국사와 조계사, 대구 용연사 주지를 지낸 원학 스님은 지난해 ‘종교편향 논란’ 때 범불교도대회 상임 봉행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 ‘문화유산지역 보전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스님은 “수행자의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사무실에서도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우계 오우선 선생을 사사한 스님은 담백한 수묵을 위주로 속기(俗氣) 없는 정신을 담은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삼이실(三耳室)’이라는 아호가 붙은 전시회 제목이 흥미롭다.
“총무원 소임은 권력이 아니라 종단을 위해 봉사하는 머슴 자리죠. 머슴살이 잘하려면 귀가 세 개는 있어야죠.” 스님은 “하반기에 10·27법난 피해를 알리는 역사사료관 건립과 사찰 경내지의 자연공원법 해제 등 현안이 많다”며 “소임이 끝나면 번잡한 곳을 떠나 7만 자쯤 되는 법화경 사경(寫經)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7월 6일까지. 02-2011-1960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