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하나만 따도 온 국민이 기뻐합니다. 세계문화유산은 ‘문화 올림픽’에 비유될 수 있죠. 조선왕릉이 40기이니 금메달을 40개나 딴 셈입니다. 이제 조선왕릉은 단지 왕들의 무덤이 아니라 조선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사 뒤에는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53·조경사·사진)가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2005년부터 등재 신청을 위한 학술연구와 회의, 2008년 등재 신청서 작성,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세계유산의 등재 가치를 평가하는 기구) 실사단에 왕릉의 가치를 보여주는 일 등 그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등재 신청서 중 핵심 가치로 평가받은 △조선왕릉을 죽은 자의 능침 공간,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제향 공간, 산 자의 진입공간으로 구분한 것 △왕릉 입구에서 봤을 때 자연 지형과 정자각(제향공간)이 절묘하게 봉분을 가려 신비감을 더하는 절묘한 경관 등은 이 교수의 연구 결과다.
그의 연구 덕분에 조선왕릉의 경관과 구조가 조선의 문화적 철학적 결정체로 인정받았다. 그는 “조선왕릉은 어딜 가나 비슷해 보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석물의 크기, 정자각의 형태, 석물에 새긴 무늬 등이 시대에 따라 다채롭다”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