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윤해남(53)과 윤동천(52)은 학창시절 함께 그림을 그리며 돈독한 우정을 다졌다. 졸업 후 이들은 다른 길을 걷는다. 한 사람은 회화 설치 조각 사진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며 모교(서울대) 교수로 자리 잡고(윤동천), 다른 한 사람은 1998년 전남 해남의 보길도에 터를 잡은 뒤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윤해남).
긴 세월을 공유한 이들이 그림으로 다시 만났다. 7월 18일까지 서울 삼청동 리씨갤러리에서 열리는 ‘바늘 섬’전. 두 작가는 섬을 주제로 각자 개성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한 회화의 세계를 탐색한다.
윤해남 씨는 얼핏 한 사람의 작업인가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작업을 내놓았다. 사실주의적 풍경화부터 세잔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에 변형 큐비즘 같은 작업이 있는가 하면, 흑백그림과 밝고 화사한 색감의 작품이 대조를 이룬다. 다양한 스타일과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업을 보면서 화가의 탄탄한 내공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자꾸자꾸 달라지는데 나는 거기에 매혹된다”고 말한다. 변화에 대한 이런 시도는 “실재하는 것과 재현 이미지, 그리고 재현의 방식과의 근본적 관계에 대한 질문”(김진아 서울대미술관 학예실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개념미술가로 알려진 윤동천 씨의 평면작업은 작품마다 다른 표현기법을 사용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섬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감각이 스며든 두 폭의 캔버스를 이어붙인 작업은 미니멀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스스로 ‘구체적 추상’이라 명명한 작품은 ‘외로움’ ‘느린 걸음’ 등 감성적 제목과 어우러지며 사람들 마음에 앙금처럼 가라앉은 모호한 추억을 길어 올린다.
두 중견작가의 작업은 신진들의 치기 어린 실험과 다르다. 숙고와 견고한 실력을 바탕으로 회화가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의미는 무엇인지, 그 소통방식에 대한 자문자답을 담고 있는 전시다. 02-3210-046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