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시간이 잔소리 1시간 반, 연주 45분이었던 빌럼 멩엘베르흐(네덜란드)는 기분 나쁘면 오케스트라 단원이고 뭐고 없던 사람이었죠. 요즘은 노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되겠지만….(웃음)”
원로 음악평론가 안동림 씨(77·사진)가 20세기에 활약한 지휘자 34명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웅진지식하우스)는 지휘자의 개성이 담긴 해석과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이미 타계한 20세기 음악가들을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는 잘 모른 채 지나가고 말 것”이라며 “앞 세대의 노력 없이 현재의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저자는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부터 피에르 몽퇴,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레너드 번스타인까지 1930∼1990년대에 활약한 마에스트로와 지휘자별 ‘명반’을 함께 다뤘다. 푸르트벵글러는 “안으로부터 타올라 분출하는 힘이 남다른 지휘자”라고 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베를린필을 이끈 세르지우 첼리비다케가 “폐허가 된 베를린에서 지휘하는 DVD 장면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그 활약이 눈부셨어요. 이런 농담이 떠돌았죠. 행선지를 묻는 택시 운전사에게 카라얀이 ‘동서남북 어디든 좋소. 어딜 가든 일이 있으니까’라고 답했다고요.”
그는 현재 활약하는 지휘자에 대해서도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차갑고 리카르도 무티는 열정적”이라면서 “한국 지휘자 중에서는 정명훈이 특히 뛰어나다”고 평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