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명품조연 “나도 커튼콜 스타”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주연을 받쳐주는 조연이지만 무대가 끝날 때만큼 유난히 빛나는 ‘커튼콜 스타’들이 있다.

상반기 무대에 오른 뮤지컬에서 주연 못지않게 열광적인 박수를 받은 조연을 △약방의 감초 △주인공 친구 △폭발적 가창력 △1인 2역으로 나눠 소개한다.

○ 약방의 감초

“외모도 그렇고 장난스러운 끼도 그렇고 지미를 위해 뮤지컬 하시는 분 같아요.”(shinsein8613) 인터넷 예매 사이트의 공연 후기에 실린 뮤지컬 ‘드림걸즈’의 지미 얼리 역을 맡은 배우 최민철 씨(33)에 대한 얘기다. 이 작품은 그를 위한 ‘맞춤옷’ 같다. 우락부락 개성 있는 외모에 엉뚱한 능청스러움, 화려한 무대 매너까지…. 흰색 밍크코트를 입고 “분위기 썰렁하네. 나, 따뜻하게 입고 오길 잘 한 것 같아∼”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자지러진다. 그의 호연으로 지미의 캐릭터는 오만석 홍지민 김승우 등 주연들 틈새에서 또렷이 부각됐다. 극 후반부는 그의 등장만으로 웃음이 ‘빵’ 터진다.

불법체류 외국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서민들의 고단한 서울살이를 그린 뮤지컬 ‘빨래’의 주인 할매도 빼놓을 수 없다. 달동네 다세대주택의 주인 할매는 전라도 사투리를 맛깔 나게 구사하는 욕쟁이 할머니다. 하지만 40년째 장애인 딸을 몰래 돌보고 있다는 사연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눈물을 훔친다. 지난해부터 주인 할매 역을 맡아온 배우 이정은 씨는 젊은 주인공 틈새에서 극의 무게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외모와 목소리까지 실제 할머니 아니냐는 관객들의 착각과 달리 이 씨는 올해로 마흔 살이다.

○ 주인공 친구

주목받는 조연에는 유독 주인공의 친구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맘마미아’의 주인공 도나의 어릴 적 친구 타냐와 로지. 세 번을 이혼한 섹시한 중년 타냐와 미혼의 페미니스트 작가 로지의 걸쭉한 입담은 비슷한 연배의 여성관객들에게 인기다. 2004년 한국 초연 후 도나는 바뀌고 있지만 타냐와 로지 역은 각각 전수경 씨(43)와 이경미 씨(48)가 맡고 있다. ‘댄싱 퀸’을 부르며 허리를 삐끗한 로지가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춤을 추는 ‘몸 개그’는 큰 웃음을 자아낸다.

뮤지컬 ‘돈 주앙’에서 돈 카를로스는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자. 묵직한 연기와 함께 14곡을 소화하는 비중 있는 조연이다. ‘김종욱 찾기’ ‘마이 스케어리 걸’에서 멀티맨을 맡았던 신인 배우 조휘 씨(28)는 이 역으로 처음 팬클럽이 생겼다.

○ 폭발적 가창력

‘시카고’의 마마와 ‘자나, 돈트’의 로버타. 둘의 공통점은 소름끼치는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김경선 씨(30)가 출연했다는 것이다. 2007년 ‘시카고’ 공연을 앞두고 마마는 뚱뚱하고 체구가 있는 중년 여배우들이 ‘노리던’ 역할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아담한 체구의 김 씨가 캐스팅됐다. 마마 역을 맡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김 씨는 ‘시카고’ 주연 배우들의 대사를 받아쳐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가 미국 프로덕션에서 “우리가 원한 마마의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아 발탁됐다.

○ 1인 2역

종갓집 두 형제 석봉과 주봉의 로또 쟁탈전을 그린 ‘형제는 용감했다’는 웃음과 감동을 주는 뮤지컬이다. 어느 날 두 형제에게 찾아온 법률사무소 직원 오로라는 엉뚱하면서도 야릇한 몸동작으로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리다 2부에서는 엄마 역으로 등장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초연부터 두 가지 역을 동시에 연기한 이주원 씨(35)는 오로라 역에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선보였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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