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남아 이주 여성가족들 꿈같은 일주일 상봉

◆다문화 가족 상봉

(박제균 앵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월 9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옆 동네로 시집간 딸도 그립고 걱정되는 게 부모 마음입니다. 하물며 낯선 외국으로 시집보낸 딸은 어떨까요. 한국에 시집 온 동남아 여성들의 친정식구들이 얼마 전 한국을 찾았습니다.

(김현수 앵커) 친정에 가려면 비행기로 몇 시간을 가야하는데 아이 낳아 키우느라 집안 일 거드느라 엄두를 못 냈을 텐데요. 동남아 이주 여성들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달콤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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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시집 간 딸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9일 베트남에서 온 봉아록 씨. 6년 째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딸의 손을 놓지 못합니다.

딸 이경미 씨는 벌써 세 아이의 엄마. 결혼 이듬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만삭이라 친정에 가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경미 씨 / 베트남 호치민 출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임신 때문에 못가서 죄송했어요. 이렇게 엄마가 와서 많이 좋아하고…"

이 씨는 친정 엄마를 위해 김치찌개를 선보입니다.

봉아록 씨는 사위가 좋아하는 베트남 커피와 직접 키운 땅콩을 한보따리 챙겨왔습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은 국경을 넘어도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강준호/ 남편

"평소에 장모님이 멀리 떨어져 계셔서 사위로서 도리를 못했는데 기분이 좋네요. 아내도 좋아하고 저도 기분이 좀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친정엄마와 함께 온 언니는 걷지 못합니다. 월남전 때 한국군이 심어놓은 지뢰를 밟았습니다.

이 씨는 언니를 데리고 동네구경에 나섰습니다. 과자를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슈퍼에도 들렸습니다.

이젠 한국 아줌마가 다 된 딸을 보며 봉아록 씨는 안도의 미소를 짓습니다.

(인터뷰) 봉아록 / 베트남 호치민

"사위와 시아버지가 딸에게 잘 대해주는 것 같고 딸이 사는 걸 직접 보니까 마음이 좀 놓여요."

달콤했던 한 주가 지나고 어느덧 작별의 시간이 왔습니다.

다른 이주 여성 가족 80여명도 출국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 씨 모녀처럼 새마을운동중앙회의 도움으로 가족 상봉을 이룬 사람들입니다.

출발을 2시간 앞두고 봉아록 씨는 손자손녀들과 마지막 여유를 즐깁니다. 하지만 오붓한 시간도 잠시. 집합 사인이 떨어지고 허겁지겁 출국장으로 향합니다.

제대로 작별인사를 못한 친정엄마와 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기약 없이 가족들을 떠나보내는 이 씨에게도 너무 짧은 일주일이었습니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