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회를 쓰는 동안 내 인생에서 만난 가족들과 그대들은 인생의 꽃밭에서 만난 소중한 꽃들과 나비인 것이니, 숨은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피어나라.”(최인호, ‘가족’ 400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중에서)
소설가 최인호 씨(사진)가 쓴 가족 이야기를 담은 연재소설 ‘가족’이 8월로 400회를 맞이한다. 1975년 9월 월간지 ‘샘터’에서 연재를 시작한 지 약 35년 만으로 잡지 연재 사상 최장수 기록이다. 이번에 400회를 맞아 321(2002년)∼400회 연재물을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단행본 ‘가족-앞모습’과 ‘가족-뒷모습’(샘터)으로 나눠 출간했다.
29세에 연재를 시작한 최 씨는 어느새 환갑이 넘었다. 30주년 당시 쓴 ‘일곱 켤레의 신발’에서 최 씨는 “이 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 집 현관은 내 신발과 아내의 신발만이 놓여 있던 비좁은 공간이었다”고 회상한다. 그사이 현관에는 딸과 아들의 신발이 놓이고 사위와 며느리, 손녀의 신발도 등장했다.
이번 책에는 자식들이 분가한 뒤 둘이서 삶을 꾸려가는 부부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최 씨는 2008년 8월∼2009년 2월 암 투병으로 연재를 쉬었을 때와 1980년대 초 미국에 머무르던 중 팩스와 컴퓨터가 없어 마감 날짜를 넘겼을 때 외에는 쉬지 않고 400편의 글을 썼다. “아마도 내가 죽는 날까지 ‘가족’은 계속될 것”(‘일곱 켤레의 신발’ 중에서)이라고 말하는 최 씨는 단행본 서문에서 “이 낡은 앨범에 나오는 아내를 비롯한 나의 가족들은 이웃에 함께 사는 여러분 모두의 가족이며,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단순히 내 가족의 개인사가 아니라 여러분 모두의 가족사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