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만드는 저자는 아내를 위해 화장대를 만든다. 버려진 원목 의자 두 개. 다리를 자른 의자 두 개를 맞붙이면 금세 탁자의 모양새가 나온다. 맞붙인 의자를 뒤집으면 등받이는 안정감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다리가 된다. 의자의 앉는 부분 아래쪽의 보강재는 저절로 수납공간이 된다. 작업실에 있던 미송 판재로 상판을 얹어 탁자를 완성한 남편을 보고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아내의 얼굴 표정이 밝아진다.
저자는 재활용 디자이너다. 그의 모토는 ‘만들지 않고 만들기’. 그는 버려진 물건 안에 이미 형태를 갖고 있거나 부품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조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든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물건의 재구성’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책은 다양한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 물건의 재구성 과정을 보여준다. 빨간 고깔 러버콘을 뒤집어 만든 쓰레기통(사진), 플라스틱 의자로 만든 아기 그네….
저자는 독자들에게 직접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놀이처럼 즐겁게 작업하는 동안 유희와 노동이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내 안의 호모루덴스(Homo ludens)와 호모파베르(Homo faber)가 얼싸 안게 됩니다. 물건과 세상의 진짜 주인이 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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