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 고흐, 밤을 탐하다/박우찬 지음/285쪽·1만4000원·소울
이 두 권의 책을 요약하면 ‘예술가는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정도가 될 것 같다.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에서는 고흐, 고갱, 밀레, 르네 마그리트 등의 화가가 등장한다. 이 책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바마는 대권을 꿈꾸던 시절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영국의 화가 조지 프레드릭 와츠가 그린 ‘희망’이라는 그림이 자신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 그림에는 몸을 웅크린 채 커다란 공 위에 올라있는 여인이 나온다. 여인의 눈은 천으로 가려져 있고 맨발이다. 손에는 줄이 끈긴 현악기 리라를 들고 있다. 누가 봐도 가여운 여인은 그러나 끝까지 이 악기를 놓지 않고 있다. 오바마는 이 그림을 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하의 바람둥이 피카소는 1936년 프랑스 파리에서 아내와 정부 외에 또 다른 여인을 만났다. 도라 마르라는 이 여인은 도도한 매력으로 피카소를 사로잡지만 천재 화가를 혼자 소유할 수는 없었다. 달콤할 것 같은 사랑은 눈물의 연속이었고, 그녀의 눈물은 ‘우는 여자’라는 피카소의 그림으로 남았다.
저자는 ‘희망’ ‘눈물’ 이외에 가난 고독 용서 사랑 늙음 등 여러 가지 테마의 그림들을 소개하며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고 화가들은 이런 인생의 주제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해박한 지식으로 펼쳐낸다.
반면 ‘반 고흐, 밤을 탐하다’는 고흐에 관한 책이다. ‘태양의 화가’라고 알려진 고흐의 삶은 사실 밤의 어둠과 더 잘 어울린다. 고흐의 그림 ‘두 인물이 있는 시골길’은 해가 막 진 일몰의 쓸쓸한 풍경을 표현했다. 그 쓸쓸함은 고향에서 느낀 숨 막히는 실망감과 도시를 향한 동경과 다름 없다. 고흐가 파리에서 자주 드나들던 카페 이름이기도 한 ‘밤의 카페’에는 방종과 일탈이 담겨 있다. 그는 그곳에서 환각과 환청을 일으키는 압생트라는 술에 탐닉했고, 매음굴을 드나들기도 했다.
급기야 그는 ‘밤의 카페’에서 고갱과 술잔을 집어던지며 다퉜다. 이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화상’을 그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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