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는 과연 창조적 도시인가.’
저자는 과감한 변혁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두바이는 해안의 여러 섬을 야자수 모양으로 만든 ‘더 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 ‘버즈 알 아랍’ 등 놀랄 만한 변신으로 세상의 중심이 바뀌었다고 외치고 있는 도시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에서 두바이는 창조적인 도시가 아니다. ‘전략적이다’ ‘자극적이다’ ‘용감하다’는 표현은 어울릴지 몰라도…. 저자는 두바이 당국의 확고한 결심과 대담성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생태 발자국(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생산과 폐기에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지수)을 찍었다는 점에서 낙제점을 줬다. 도시미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1978년부터 세계 45개국에서 도시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그늘진 도시에 문화를 입히고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밝고 건강한 도시로 바꿔 나간 저자의 체험이 잘 녹아 있다.
○ 카사(Katha)의 교훈
창조적인 도시라고 하면 흔히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빌바오 등을 거론한다. 그러나 이렇게 안전하고 세련된 도시뿐만 아니라 인도 델리의 빈민가 ‘고빈드푸리’도 창조적인 도시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곳에서 활동 중인 ‘카사’라는 단체의 활동 때문이다.
저자 역시 이 단체 활동에 참가했다. 고빈드푸리의 아이들은 빈민가의 하수구 상태를 조사하면서 위생과 질병에 대해 공부했고, 주민들을 찾아 면담하고 감상문을 쓰면서 언어를 다듬는 기술을 배웠다. 아이들은 그렇게 배워가며 스스로 성장했고 그것이 창조적인 도시를 만드는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 창조적인 도시는 살아 있는 예술작품
저자가 말하는 창조적인 도시란 시민의 활기를 북돋울 뿐만 아니라 시민의 정체성을 형성해주고 나아가 그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도시, 시민들이 참여하고 단결해서 스스로 치유와 회복, 진화를 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하나의 예술품과 같은 도시다. 이런 도시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건축가나 주택전문가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가, 기업인, 심리학자, 정보기술(IT) 전문가, 역사학자, 환경론자, 과학자, 예술가의 창조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연달아 질문을 던진다. 집이나 직장에서 공공장소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가, 아무것도 사지 않고 머무르기만 해도 되는가, ‘다음에 무엇을 하지?’라고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게 해주는가….
저자는 빌바오에 있는 누에바 광장,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청광장, 노르웨이의 스타방에르에 있는 쇨브베르게트 광장이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보통 이런 곳에는 공공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는 특징이 있다.
또 저자는 도시에는 시각적인 풍경뿐만 아니라 소리나 냄새의 풍경도 있다는 독특한 견해를 내놓는다. 예컨대 자동차는 소리나 냄새, 풍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친환경 교통수단의 도입을 앞당겨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저자는 “인간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풍경이 더욱 넓어져야 할 시대에 오히려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은 도시가 갖추게 될 문화의 깊이와 풍부함, 그리고 윤리적 가치 등이다. 청계천 주변의 전문 상가 등 한국의 풍경도 몇몇 등장한다. 원제 ‘The Art of City-Making’.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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