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집]천국 같은… 쉼!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어느 날 예수님께서 천국을 찾았다. 천국의 열쇠를 들고 그 문을 지키는 베드로 사도가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만나자마자 이런 부탁부터 했다. 급한 용무가 있으니 저 대신 잠깐만 여기 서 계시라는.

잠시 후 한 노인이 천국의 문을 향해 걸어왔다. 그러더니 대뜸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예수님이 문을 막아섰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먼저 여기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알아야 하니 본인 소개부터 하시라고.

그러자 노인이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이름이 요셉이고 직업은 목수며 내 아들은 되살아난 뒤 유명한 인사가 됐다고. 그 말을 들은 예수님. 감격한 목소리로 그 노인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아, 아버님.’ 그러자 노인이 놀란 모습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네가 내 아들, 피노키오냐?”

이런 걸 ‘불찰(不察)’이라고 한다. 사전 뜻은 이렇다. ‘조심해서 잘 살피지 아니한 탓으로 생긴 잘못’이라고. 여름 바캉스로 들뜬 당신 앞에서 얼토당토않은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 휴가지 정할 때만큼은 이런 불찰을 저지르지 말라는 노파심의 발로다.

쇼핑의 요령은 충분한 검토다. 충동 구매가 반드시 후회로 이어짐은 누구나 경험한 사실이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의 여름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브를 유혹한 뱀의 혀처럼 당신에게 플라스틱카드의 번호를 스스로 불게 만드는 홈쇼핑TV 쇼핑호스트의 감언이설에 말리지 않으려면.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방황도 안 된다. 무조건 냉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둘지 말아야 한다.

휴가지 선정도 마찬가지다. 남의 말만 들으면 모두 내 아들 피노키오로 보인다. 여행사 광고만 보면 모두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이 된다. 내 욕심이 어떤 여행지이건 환상의 파라다이스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셉 할아버지와 예수님의 천국의 문 해프닝은 어디서고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 그런데, 그게 만약 1년을, 아니 몇 년을 준비해 찾아간 휴가지에서라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 대재난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만큼 휴가지 선정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

그러려면 몇 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여행구단’이 15년 취재 중에 터득한 철칙이니 잘 새겨두기 바란다.

첫째,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드물다. 싸면 싼 만큼, 비싸면 비싼 만큼 실과 득이 있는 법. 그러니 싸고 좋다는 여행상품에 절대 현혹되지 말자.

둘째, 모두에게 두루 좋은 것은 많지 않다. 가족여행이라도 어린이면 어린이, 부모면 부모, 특정 구성원에게 초점을 맞춰 계획한다. 최대공약수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차선을 최선으로 받아들이는 현명함이 더 절실하다.

셋째, 관광보다는 휴식이다. 여행은 고행이다. 오죽하면 여행이란 영어단어(travel)가 ‘고생(travail)’에서 왔고 그 어원이 로마시대 고문기구인 ‘트리팔리움’(tripalium·라틴어)일까. 휴가에 너무 많은 것을 걸지 말자. 일주일로는 휴식 하나도 제대로 얻기 힘들다는 것,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넷째, 장소보다는 함께한다는 사실에 비중을 둔다. 어디로 가느냐보다는 어떻게 좋은 시간을 보내느냐가 가족휴가의 관건임을 명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오래, 더욱 충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다섯째. 평소 일하듯 휴가도 열심히 구가한다. 일하듯 열심히 쉰다면 후회 없는 휴가가 될 것이다. 물론 일에 대한 열정만큼 휴식하는 노하우와 열정을 갖고 있지 못한 게 문제기는 하지만. 그러니 이제부터는 ‘놀멘 놀멘’ 노는 데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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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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