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대 공대 뒤뜰. 장마가 잠시 멎은 참에 나들이를 나온 김인헌 씨(46) 가족이 새로 들어선 두 칸 한옥 마루에 앉아 쉬고 있었다. 딸 윤빈이(4)는 처음 보는 황토벽과 문창살을 만져보느라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곳은 지난달 13일 집들이 행사를 연 ‘하유재(何有齋)’다. 전봉희 건축학과 교수(46)가 ‘한국건축사 연구방법론’을 들은 대학원생 32명과 지난해 2학기부터 만든 집. 김 씨는 “공대 폭포와 대구를 이루는 멋진 경관이 완성된 것 같다”고 했다.
1997년 개설된 이 수업은 텍스트 위주의 강의였다. 지난해 2학기를 앞두고 전 교수는 ‘한옥 짓는 실습수업. 토요일 하루를 꼬박 투자할 학생만 신청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벽에 못 한 번 박아본 적 없는 학생들의 작업은 더뎠다. 첫 학기 15주 일정에서 13주가 지났을 때 공사는 3분의 1 정도 진행돼 있었다. 대팻날을 맘먹은 방향으로 밀게 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학기 작업으로 기와 얹은 골조를 얻었지만 곧바로 해체와 이전을 겪었다. 학교 행정부서와 의견조율이 잘못돼 녹지보전지역에 주춧돌을 얹었던 것. 두 번째 학기에는 골조를 3주 만에 세우고 벽과 마루 만들기에 집중했다.
석사과정 서효원 씨(27)는 “문화재 복원 현장 견학만 다니다가 직접 공사에 참여해 보니 흙벽 안에 새끼를 엮고 나무를 깎는 방법 등 책에 없는 부분을 스스로 고민하며 체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계 자문은 신영훈 한옥문화원장, 목공 지도는 이재호 도편수가 맡았다. 허남진 철학과 교수가 붙인 당호(堂號)는 ‘장자’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서 따온 것. ‘시비곡직 없이 편안한 무위(無爲)의 공간’을 뜻한다.
100% 학생들이 만든 것은 아니다. 기와와 초석을 깔 때는 장인을 초빙했다. 문짝을 제외한 목공 일과 벽 바르기는 학생 손으로 한 것. 회와 진흙, 짚, 모래를 섞어 세 번 발랐다.
전 교수는 “올해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디테일은 전통건축 양식을 발전시킨 것”이라며 “젊은 후배들이 몸으로 습득한 전통목조건축 기술을 발전시켜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성가를 이뤄 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