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프로바둑계를 뜨겁게 달군 형제 기사가 있다. 형 안형준 2단(20)과 동생 안성준 초단(18)이다. 형은 지난해 3월, 동생은 지난해 9월 입단한 새내기인데도 명인전 본선 동반 진출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프로바둑계의 형제 기사는 김수영(작고)-수장 9단, 이상훈 8단-세돌 9단, 박승철 6단-승현 6단, 류동완 2단-민형 초단 등이 있다.
안형준 2단은 올해 세계기전인 BC카드배를 비롯해 물가정보배 한국바둑리그 국수전 명인전 등 5개 본선에 올랐고 동생도 KBS바둑왕전 한국바둑리그 명인전 등 3개 본선에 올랐다. 두 기사는 최근 국수전 예선에서 입단 후 처음으로 형제대결을 펼쳐 형 안형준 2단이 이겼다. 본선 진출 횟수 등에서 형이 앞서 달리는 듯하나 승부의 질적인 면에선 동생도 만만치 않다. 안성준 초단은 명인전 결승에서 대형 루키 박정환 4단을 꺾었다. 안형준 2단은 올해 한국외국어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고 안성준 초단은 충암고 3학년.
“형제 기사는 기술적인 면보단 정신적인 면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복기를 하면서 이 대목에선 마음이 흔들렸다, 너무 긴장했다 또는 긴장이 풀렸다 등 대국 심리에 대해 서로 조언해줍니다. 남들한테는 쉽게 얘기하기 힘들지만 형제니까 거리낌 없이 말해줄 수 있는 거죠.”(안형준)
그렇지만 서로 연습 바둑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과 둘 기회가 많아서…”라고 한다. 같이 바둑도장(양천대일)을 다닐 때도 공식 리그전 외엔 거의 두지 않았다고 했다.
형은 7세 때 바둑을 배웠고 동생은 1년 뒤인 6세 때 따라 배웠다. 둘 다 한국기원 연구생 시절 ‘내신’(연구생 1조 1위)이 좋아 입단 대회를 거치지 않고 특별 입단했다.
“부모님께서 형제가 같은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기도 하셨어요. 혹시 한 명은 입단하고 다른 한 명은 입단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하셨죠. 하지만 둘 다 입단해서 다행이에요.”
기풍은 둘 다 전투형인데 동생이 좀 더 과격하다. 그래서인지 안형준 2단은 “동생의 행마가 세련된 맛이 부족하다. 부드럽고 간결한 행마를 했으면 한다”고 지적한다.
“명인전 본선에서 각각 다른 조에 편성됐는데 둘 다 준결승까지 올라와 겨뤘으면 좋겠네요. 아직은 둘 다 실력이 부족해서 힘들겠지만요. 제가 군대가기 전까지 기전 결승전에서 동생과 만나 우승을 겨뤄보고 싶어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