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유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여신의 표상이다. 다산과 생명을 상징하는 이런 여신은 바빌로니아의 티아마트, 수메르의 이난나, 이집트의 이시스, 그리스의 가이아, 소아시아의 키벨레 등 다른 문명에서도 대지와 생명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심리학자 카를 융의 제자인 저자는 위대한 자연의 어머니로서 인류 역사에 가장 먼저 등장한 여신들 속에 있는 여성의 원형(原型·archetype)을 찾아 인간을 이해하려 했다. 원형이란 우리 눈에 보이는 구체적 모습이 아니라 인간 정신에서 작용하는 내적 이미지를 말한다. 여성성에는 생명, 창조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공포, 파괴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인류 여성성의 원형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원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밝혔다. 원저는 1974년 발간.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