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12월 10일, 6인승 세스나 비행기가 브라질 중부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 착륙했다. 탑승자들이 내리자 원주민인 피다한족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어떤 이는 비행기에서 내린 백인에게 다가와 부드럽게 몸을 쓰다듬었다. 환대의 표시였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언어문학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렇게 피다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로부터 30년 넘게 그는 미국과 피다한 사회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첫 방문의 목적은 선교였으나 갈수록 언어학자, 인류학자로서의 호기심이 더 커졌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 번에 몇 달씩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피다한에 체류하면서 원주민의 문화와 언어를 관찰했다.
피다한 사람들은 밤늦게 이야기하며 놀다가 자리를 뜨면서 다양한 인사말을 했다. 그냥 “간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밤 인사는 따로 있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이런 인사말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신체단련을 중시하는 그들은 잠을 조금 잘수록 스스로 ‘단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른 하나는, 정글에선 언제 어디서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넋을 놓고 자다가는 무수한 포식자들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의 언어에서 특징을 하나씩 발견해 나갔다. 피다한 말에는 색을 나타내는 말이 없다. 빨간색은 ‘피와 같다’고 하고 초록색은 ‘아직 익지 않았다’고 묘사한다. 친족관계를 일컫는 말은 다섯 가지에 불과하다.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를 ‘마이히’로 부르고, 형제 자매 남매는 성별 나이 구분 없이 ‘하하이기’라고 한다. 아들은 ‘호이사이’, 딸은 ‘까이’, 부모가 한쪽 또는 두 쪽 모두 죽은 아이는 ‘삐이히’다.
美인류학자 - 아마존 원주민 30년 우정
피다한 사람들의 생활 역시 바깥사람들의 기준으로는 상식 밖이다. 그들은 한두 끼 거르거나, 하루 종일 먹지 않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배고픔을 견디는 것을 스스로 강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피다한 사람들은 어떤 일이 생겨도 웃는다. 폭풍우에 자신의 오두막이 쓰러져도 웃고, 물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했을 때도 웃는다. 가족이 죽어도 무덤덤해한다.
한번은 마을 사람들이 저자를 해치겠다고 덤벼든 적이 있었다. 브라질 상인이 싸구려 술을 먹인 뒤 저자가 마을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이간질을 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오해가 풀리자 마을 사람들은 단체로 저자의 가족에게 사과를 하러 왔다. “우리가 잘못했어. 술에 취하면 우리 머리는 아주 나빠져서 나쁜 짓을 해.”
그런 일을 당했으면서도 저자는 “이 책은 내가 지난 30여 년 동안 피다한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배운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가르치려고 갔다 오히려 배우고 왔다는 고백이다.
그는 우선 피다한 사람들의 물욕 없는 삶을 거론했다. 피다한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따라서 어떤 욕구도 쌓일 틈이 없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거의 모두 앓고 있는 걱정, 두려움, 좌절의 근원이 피다한 사람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초월적 존재나 보편적 진리도 없다. 피다한 사람들에게 진리란 물고기를 잡는 것, 노를 젓는 것, 아이들과 웃으며 노는 것, 형제를 사랑하는 것, 말라리아로 죽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이러한 진리 때문에 그들을 미개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걱정 - 두려움 - 좌절 없는 삶의 가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