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생애전환기 대상자’이니 건강진단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올해 40세가 된 저자는 생애전환기라는 낯선 단어를 보곤 심리학자 카를 융의 말을 떠올렸다. “황혼을 아침과 똑같은 계획으로 보낼 수는 없다.” 융은 인생의 황혼기부터는 지금까지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법을 조금씩 익혀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인생을 바꾸는 것은 속도를 바꾸는 것이다. 자신만의 속도로 봄여름에는 조금 빠르게, 가을부터는 느리고 우아하게 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봄날에는 조지 레슬리의 ‘포푸리’를 감상하라고 권한다. 이 그림에는 말린 꽃잎으로 포푸리를 만드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전원주택에서 한때를 지내는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이 포푸리 향을 통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제임스 티소의 ‘휴일’은 여인이 친구들과 야외에서 편안하게 오후의 커피타임을 즐기는 장면을 그렸다. 달콤한 과일 파이가 커피에 곁들여져 있다. 줄무늬 옷 색깔마저도 블랙커피와 밀크를 연상시킨다. 서로가 서로를 풍부하게 하고 조화롭게 하는 자리처럼 보인다.
조지 와츠의 ‘윌리엄 모리스’에는 수염을 기른 남자가 나온다. 자라는 대로 내버려둔 수염은 자연의 섭리대로, 자연의 속도에 따라 사는 인생을 의미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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