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서 고구려시대 추정 첫 유물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시루-부뚜막-토기조각 등 발굴
“고구려 영토 연해주 확장 근거”

러시아 연해주에서 고구려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과 유구(건축물의 흔적)가 처음 발굴됐다. 고구려의 영역이 연해주까지 이르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구려의 영역 연구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고구려의 영토는 서쪽으로 중국 둥베이(東北) 지방의 랴오허(遼河) 강, 북쪽으로는 지린(吉林) 성 쑹화(松花) 강 유역, 동쪽으로 지린성 훈춘(琿春)까지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2007년부터 연해주 남부 포시에트 만 근처 크라스키노 유적을 발굴 중인 동북아역사재단과 러시아과학원 극동분소 고고역사민속학연구소는 최근 이곳에서 고구려의 것으로 보이는 토기 조각 3점, 시루 1점, 부뚜막과 건물 기둥 흔적 등을 발굴해 17일 현장을 공개했다.

유물과 유구가 발견된 이 층위는 크라스키노 유적의 최하층으로 2008년 가속기질량분석(AMS)을 통한 절대연대 측정 결과 고구려 멸망(668년) 이전인 530년경으로 밝혀진 바 있다.

17일 오후(현지 시간) 크라스키노 성터 서북쪽의 발굴현장을 찾았을 때 바닥에는 돌을 둥글게 놓아 부뚜막을 만든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부뚜막 안쪽 흙은 불에 탄 흔적이 뚜렷했고 주변에는 집을 짓기 위해 세운 기둥 구멍이 선명했다. 부뚜막은 온돌의 일부분으로 고구려 주거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온돌이 사용됐음을 의미한다. 시루도 판을 돌려서 만드는 윤제(輪製)방식, 고운 흙입자 등 고구려 토기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크라스키노 유적 발굴에 참여해 온 동북아역사재단의 김은국 부연구위원은 이날 “고구려가 일본과의 교역을 위해 바다로 진출했을 때 크라스키노를 거점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발굴을 통해 고구려의 국경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현장을 살펴본 한규철 경성대 교수는 “토기 모두 고구려 특징을 보인다”며 “고구려의 것이거나 고구려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은 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고구려 유물로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발굴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기호 서울대 교수는 “고구려 유물일 가능성이 있지만 유물과 유구의 수가 적기 때문에 추가 발굴을 통해 유구의 규모나 유물의 시기를 좀 더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크라스키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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