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은행소유 가능’ 금융지주회사법도 통과
국회는 22일 여야 간 격렬한 몸싸움 끝에 본회의를 열어 미디어관계법 수정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한 뒤 한나라당과 일부 친박연대, 무소속 의원들의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미디어법은 지난해 12월 발의된 이후 약 7개월간의 여야 공방 끝에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법안 처리 무효를 주장하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해 여야 간 대립과 사회적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통과된 미디어법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신문법),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등 3가지다.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도 이날 함께 처리됐다.
미디어법의 통과에 따라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만들어진 지상파 독과점 구조가 29년 만에 깨질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대기업과 신문사는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10%까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을 각각 30%까지 보유할 수 있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소유하더라도 경영권 행사는 2012년까지 제한된다.
본회의는 민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김형오 국회의장의 사회권을 넘겨받은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사회로 오후 3시 반부터 진행됐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로 의사진행이 어렵게 되자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신문법은 재석 의원 163명 중 찬성 152표·기권 11표로, 방송법은 재석 의원 153명 중 찬성 150표·기권 3표로, IPTV법은 재석 의원 161명 만장일치로 각각 가결됐다. 야당의 저지로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해 표결에 불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 정도면 국민도 공감해줄 것”이라며 법안 처리에 찬성했다.
방송법 표결 과정에서 이 부의장은 재적 의원 과반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 종결을 선언했다가 다시 표결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방송법이 부결됐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무효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최초 투표는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투표 미성립’이 됐고 두 번째 투표는 정상적으로 진행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의석에 없었던 의원들을 대신해 대리투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재석버튼과 반대버튼을 눌렀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미디어법이 통과된 뒤 “의원직 사퇴를 결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또 24일까지 본회의장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본회의 직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세종특별자치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과 공무원연금법을 통과시켰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