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진입장벽 낮췄지만 규제 되레 늘어 효과 의문”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 황근 선문대 교수 기고

우여곡절 끝에 미디어관계법이 통과되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매끈하고 산뜻하게 통과되지 못했다. 1988년 언론기본법이 폐지되고 방송법이 부활된 이후 방송법 개정은 항상 정치적 이해득실과 맞물려 갈등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정권 교체기의 언론 관련법 제정 및 개정 시도는 언제나 정치적 의구심 속에 큰 저항에 부닥쳐 왔다. 이번에도 야당이나 일부 언론단체들은 ‘재벌 방송’ ‘조중동 방송’과 같은 선동적인 구호를 내걸고 반대해 왔다. 마치 현행 방송법과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부의 입법 취지는 이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한마디로 방송산업의 성장과 경쟁을 억제해 온 낡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 30년 가까이 독과점 기반 위에 가능했던 ‘가부장적 공익성’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 때문에 기존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공익성은 그들의 독점적 틀을 보호해 주기 위한 수구적 방패막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진입장벽을 철폐하고 사전규제를 완화하되 사후규제를 강화해 이른바 선진국형 방송규제 모델을 도입해 보자는 취지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방송법 개정안은 유일하게 남아 있던 대기업과 신문사에 대한 지상파방송 및 종합편성채널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당초 제기된 20∼30%의 진입 수준 자체도 낮지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제안한 내용대로 2012년 디지털 전환 이후로 겸영을 유보해 그 기대효과는 더욱 낮아졌다. 여기에 법안 통과 과정에서 정치적 타협 끝에 진입 비율이 더 낮아지면서, 당초 기대한 규제완화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도리어 사후규제를 통해 사전규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에 밀려 시청점유율, 매체합산 규정, 경영투명성 제고 등의 규제들만 늘어나 버린 느낌이다. 자칫 대기업, 신문사 같은 경쟁력 있는 사업자의 진입 효과는 나타나지 않으면서,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사후규제만 강화된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법을 보면 규제완화가 거꾸로 규제강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보는 것 같다.

더구나 아직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인된 검증제도조차 없는 신문구독률, 시청점유율 등을 단기간에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여기에다 어느 나라도 해보지 않은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산출 방식을 놓고도 상당한 의견 차와 갈등이 예상된다.

과거 많은 법들이 그래왔듯이 모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이상적이어서 이 법을 시행하기 위한 시행령 제정을 놓고 심각한 충돌도 예상된다. 결국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코 쉽지 않은 후속정책들만 남겨 놓은 셈이다. 또한 아직도 후진적인 미디어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규제 실효성 확보를 위한 강력한 정책 의지도 필요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미디어법 개정 목표인 시장 활성화 및 경쟁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 이후 정부의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들이 중요해졌다. 향후 자본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 투명성 제고, 경쟁 유발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종합편성채널 승인, 여론 다양성의 시금석이 될 보도채널 추가 승인 등에서 합리적 정책 결정과 추진이 절대 중요하다.

더불어 규제완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방송 상업화의 균형추 역할을 하게 될 공영방송제도 개선도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제 방송시장은 진입이 수익을 보장하는, 그리고 제도가 사업자를 보호해 주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아니라는 현실 인식이라 하겠다.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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