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여러 종류의 기차를 타봤다. 비둘기, 무궁화, 새마을이라는 향토적인 이름이 붙은 기차를 타보았고 고속열차도 타보았다. 어떤 열차를 타면 출발지에서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종착역까지 갔고, 어떤 열차를 타고서는 작은 간이역에서 내렸고, 어떤 열차를 타고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내리는 번잡한 역에서 내렸다.
기차를 타면 일행과 의자를 마주보고 앉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떠들거나 게임을 하기도 했지만 낯선 이의 옆에 앉아서 내내 단조롭게 창밖을 보거나 창밖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기도 했다. 좌석표가 매진되는 바람에 입석표를 끊어 짐짝처럼 흔들리며 서서 간 적도 있고 좌석표가 있는데도 먼저 역에서 탄 어르신이 잠들어 계신 바람에 빈자리를 찾아 전전한 적도 있다.
여행지에서도 종종 기차를 탔다. 국경을 통과하는 유럽의 기차와 당장 설국으로 진입할 것만 같은 홋카이도(北海道)의 기차였다. 말하자면 기차로 통근을 하는 사람처럼은 아니라 하더라도 보통의 삶을 꾸리는 사람으로서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기차를 타온 셈이다.
곧 출발할 여행에서는 36시간이나 기차를 타게 된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기차를 탔던 시간을 모두 합해도 36시간이 채 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대륙을 가로질러 고원을 운행하는 그 기차는 세계 최고 높이까지 올라가는 최장 길이의 열차로, 하늘기차라고 불린다고 한다.
여행을 앞두고 나는 얼마간 기차에서의 36시간을 상상하고 미리 고통스러워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사실 도시를 천천히 산책하는 걸 가장 좋은 여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인내심이 없어 조금만 불편해도 투덜대길 좋아하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보내야 하는 36시간은 아득하기만 했다.
소설가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