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서 氣충전 사흘이면 반년 거뜬”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 템플스테이에 빠진 한의사 이상호 씨

《“심신의 재충전에 이만한 게 없어요. 2박 3일 일정의 템플스테이 (사찰 체험)가 한 달 동안의 해외 배낭여행과 맞먹는 효과가 있습니다. 비싼 돈 들여 해외로 갈 게 아니라 절에 가세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생한방병원 척추전문의인 이상호 원장(37·사진)은 템플스테이 예찬론자다.

2006년 여름부터 해마다 여름 겨울로 템플스테이를 즐긴다.

22일 오전 진료를 막 마치고 숨을 고르고 있는 그를 병원에서 만났다.》

참선-예불-108배 이어져도
몸은 신기하게 가뿐해져
마음 맑아지고 겸손 배워

이 원장이 처음 사찰을 찾은 것은 그저 쉬고 싶어서였다. 그는 “하루에 많게는 4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축 늘어진 나를 볼 때마다 서글펐다”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뭔가 재충전을 하려고 절을 찾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3일간 휴가를 내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갈 곳을 찾던 중 전북 김제시의 금산사가 눈에 뜨였다. 템플스테이를 그저 절에서 며칠 푹 자고 오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느슨한 그의 생각은 곧바로 무너졌다. “오전 3시부터 시작하는 참선, 울력, 예불, 108배 등 쉴 틈 없는 일정에 온몸이 뻐근해 하루만 있다가 도망치려 했습니다.”

그때 참고 3일을 묵으며 우울증 환자, 실연한 젊은 여성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조용한 산사에서 며칠씩 함께 지내다 보니 사람들이 속마음을 털어놓더군요. 저마다의 삶의 고민은 같다는 걸 알게 됐고, 누군가에게 자기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꼈죠.”

한의대를 졸업하고 비교적 순탄하게만 살아온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비한 경험도 하게 됐다.

“주변의 작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죠.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등에 둔감했던 청각이 깨어났어요. 미각도 살아났죠. 한 그릇의 밥과 반찬만이 주어지는 발우 공양을 하며 맛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모든 것이 생존할 만큼만 주어지는 환경에서 내 몸이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것에 적응한 거죠. 귀경길에 김제터미널에서 콜라를 샀는데 너무 써서 다 버렸죠. 좋아했던 콜라를 끊고 진정한 맛을 알게 된 것 같았어요.”

그 후 이 원장은 금산사만 찾았다. 경치도 좋고, 무엇보다 절터가 좋은 기(氣)를 가진 명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에 갔을 때는 새벽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더군요. 그래도 일어나서 108배를 하고 나니 몸이 개운했어요. 그 맛에 또 갑니다.”

이 원장에게 템플스테이는 기를 충전하는 일이다. 그는 “절에 다녀오면 환자들에게도 더 잘하게 된다”며 “환자 진료가 기를 많이 소진하는 일인데, 산사에서 기를 잔뜩 충전하면 6개월은 끄떡없다”며 웃었다.

그는 수련의 시절 은사가 강조한 ‘하심(下心)’이란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

“마음을 낮추고 겸손해지면 세상이 보여요. 108배를 하다 보면 자연히 머리가 내려가고 마음도 겸손해져요.”

그는 108배가 척추 건강에 어떠냐는 질문에 “무리하지 않는다면 더없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휴가를 못 갔는데 올해도 사찰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컴퓨터 화면에는 사찰 사진이 가득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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