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는 스페인의 궁정화가로 당대의 왕족과 귀족을 그리며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혁명이 한창이던 격동기 스페인 민중의 모습에 귀를 기울인 화가이기도 했다. 그는 연작판화 ‘카프리초스’를 통해 고통받는 민중의 삶에 집중했고, 나폴레옹의 군대가 저지른 횡포를 보고 또 다른 연작판화 ‘전쟁의 참화’를 그린다. 권력에 복종해야 했던 궁정화가였지만, 한편으로는 그에 불복종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처럼 미술의 역사는 곧 권력에 대한 복종과 불복종의 역사였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 문명부터 현대미술까지 미술사 전반을 누비며 팝아트 속에서는 자본과 대중문화의 권력을, 풍경화 속에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력을 읽어낸다.
그는 “고야가 단지 궁정화가였다면 다른 화가들처럼 천편일률적인 평가만 받았을 것”이라며 “미술의 가치는 미술이 스스로 존재하기 위한 반항과 불복종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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