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봉하는 영화 ‘국가대표’의 줄거리와 유머는 영화가 소재로 삼은 스키점프를 빼닮았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는 허공에서 어느 지점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스키선수처럼 불안하지만 짜릿하다. 여기에 슬픈 척 심각한 척 한껏 긴장시키다 터지는 유머는 수직 낙하하듯 작품의 분위기를 단숨에 뒤엎는다.
‘국가대표’는 ‘오! 브라더스’(2003년)와 ‘미녀는 괴로워’(2006년)에 이은 김용화 감독의 세 번째 코미디 영화. 조로(早老)증을 겪는 열두 살짜리 동생, 뚱보에서 전신 성형으로 거듭난 미인 등을 내세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끌어내는 감독의 장기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를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사연 많은 주인공들을 ‘물량공세’로 내세운 이 영화에서 더 자주, 더 크게 웃을 수 있다.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빠질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전개를 여러 차례 배반한다. 미국 팀과 몸싸움으로 출전금지당한 국가대표팀이 뜻하지 않은 변수로 예선에 진출하거나, 가까스로 예선에 진출했는데 또 다른 복병을 만나 팀이 해체되는 식이다. 겨우 출전한 나가노 올림픽에서도 이변이 속출한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야기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비장하거나 절박한 상황을 뒤집는 ‘반전유머’도 영화의 중요한 장점. 대회 출전이 불투명해진 후 열 받은 칠구가 스키를 부수자 동생 봉구가 “내 스키는 안 된다”며 스키를 갖고 뛰다 문에 걸려 넘어진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밥의 양부모 사진을 보고 아나운서가 “인심 좋게 생겼다”고 했다 “임신 안 돼서 입양한 걸 모르냐”며 화를 내고, 흥철이 코치에게 ‘니가 아빠냐’고 항의하자 코치가 ‘그럼 내가 엄마냐’라고 받아치는 유치한 언어유희도 있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자주 엿보이지만 상황을 비틀어 허를 찌르는 이런 식의 유머는 곳곳에서 먹힌다.
여기에 또 다른 반전 하나. 눈물연기를 선보이는 아나운서 이금희 손범수를 비롯해 빚 받으러 온 보스 역의 김수로, 배우 하정우의 실제 아버지이자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은 김용건 등이 예기치 않게 등장한다. 오스트리아산 ‘캠캣’ 카메라로 스키점퍼의 모습을 코앞에서 촬영한 장면들은 시원한 시각적 쾌감을 안긴다. 총제작비는 110억 원이다. 12세 이상 관람 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