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군의 산속에 자리한 고즈넉한 사찰 백담사가 27일 460여 명의 외국인 여성으로 시끌벅적했다. 깃발을 따라 줄지어 절 입구 계곡의 수심교를 건너며 일본인들은 “스고이(멋지다)”란 감탄사를 연발했고 사천왕상 앞에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탤런트 안재욱 씨를 만나기 위해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방한한 해외 팬들.
이들은 25일 입국해 백담사 인근의 미리내 캠프에서 2박 3일간의 팬 미팅을 가졌다. 이날은 일정의 마지막 날로 백담사에 들러 템플스테이(사찰 체험)를 진행한 것. 오전 10시 금강문 옆 범종루 앞에 줄지어 앉은 팬들은 따가운 햇볕 아래서도 대현 스님이 들려주는 사찰의 역사에 귀를 기울였다. 법고, 범종, 목어 치기 체험을 한 뒤 가로 50cm, 세로 7m 크기의 구시통(소 여물통 모양의 긴 나무 그릇)에 담긴 비빔밥으로 색다른 점심식사를 경험했다. 이어 기념촬영, 경내 관람, 백담계곡에서 탑 쌓기를 체험하고 오후 2시경 다시 버스에 올랐다.
올해로 13년째인 안재욱 씨의 해외 팬 미팅은 그동안 주로 도심의 호텔이나 공연장 등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팬들의 요청이 있었고, 마침 강원도가 한류 팬들을 위한 문화유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백담사를 찾게 된 것이다.
올해로 10번째 한국을 방문했다는 일본인 아베 유코 씨(42)는 “일본에서도 사찰을 많이 가봤지만 백담사는 특별한 느낌”이라며 “이번에는 안재욱 씨 때문에 왔지만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의 유명 사찰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황룽 씨(32) 부부는 “신혼여행을 겸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에서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할 수 있어서 특별했다”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고 즐거워했다.
팬들에게 일일이 비빔밥을 떠주던 안재욱 씨도 “매번 실내에서 행사를 하다가 경치 좋은 곳에서 팬들과 만나니 새롭다”며 “내년에도 우리 문화유산과 연계한 팬 미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담사의 진묵 스님은 “이번처럼 한류 스타와 함께 외국 손님이 온 경우는 처음”이라며 “9월부터는 배용준 씨의 일본 팬들이 한 달에 두 번씩 1박 2일간 사찰을 체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제=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