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는 초등학교 6학년 호진이는 학원을 빼먹고 PC방에서 놀다가 들어온 날 엄마 아빠에게 심하게 혼난다. 엄마와 아빠는 걸핏하면 서로 못 살겠다고 다투더니 이날은 급기야 이혼하자고 말한다. 호진이는 부모님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호진이는 광주에 사는 삼촌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고는 밤 11시 10분에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려 집을 나온다. 부모님에게는 ‘여행 가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신고하지 마요. 그럼 안 돌아올 거예요. 안녕!’이란 편지를 남긴다.
삼촌은 아빠보다 열두 살 아래다. 집안에서 삼촌은 인생의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어린 시절 방황하며 자전거 세계여행과 전문여행사를 만드는 것을 꿈꾸던 삼촌은 호진이를 이해하고 받아준다. 호진이는 마침 인터넷 카페 여자친구(여행하는 자전거 친구) 멤버들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삼촌을 따라 11박 12일의 일정으로 광주∼부산∼단양∼속초∼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여정에 함께한다.
함께한 멤버들은 왕따였던 청소년, 알코올중독 실업자, 말기 암환자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다. 호진이는 이 사람들과 함께 페달을 밟고, 휴게소 구석에 텐트를 치고 자며 다양한 삶의 체취를 느낀다.
호진이는 여행 도중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실제로 이혼을 하려면 TV에서 판사 할아버지가 이혼을 하려는 부부에게 “4주 뒤에 뵙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그리웠을 뿐이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 자신이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를 적고 있다. ‘자신이 싫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 나는 자전거를 권해…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 마음 속 우물에서 두레박 가득 우물물이 올라와. 메마른 줄 알았는데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펑펑 쏟아져.’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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