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에 당나라 사람의 시를 보다가 ‘몸에 병이 들자 그제야 한가롭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달프게 일하느라 잠깐의 휴식도 얻지 못하는 사람이 한가로이 시간을 차지할 수 있는 경우란, 단지 몸에 병이 생기는 그때뿐임을 이 구절은 말하고 있다. 이 구절을 읊조리면서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데 머물지 않고 온 세상의 이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을 가엾게 여겼다.”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의 증조부인 박장원의 글이다. 이 책은 고전 속에 담긴 이야기를 대중적인 필치로 풀어내온 저자가 선조들의 일상사에 돋보기를 갖다댄 작품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 사는 근본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미소와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객지에서 다른 여자와 자지 않았다고 생색내는 남편에게 그게 자랑할 일이냐고 쏘아붙이는 아내의 글을 읽을 때면 슬며시 웃지 않을 수 없다. 과거공부를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선비, 아버지와 다투는 아들, 아들을 잃고 낙담해서 일기 쓰기를 그만두는 아버지 등도 현재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모범이 되는 인생과 배워야 할 행적도 중요하지만, 선인들이 인생을 살면서 겪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고전을 접하며 얻는 큰 즐거움”이라고 밝히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