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떠나자∼야야야야∼바다로∼.”
해마다 여름이면 라디오에서 이런 노래가 들려온다. 이 노래 가사처럼 복잡하고 뜨거운 도심을 피해 사람들은 시원한 바다나 계곡을 찾는다.
이때 빼놓지 않고 여행가방에 챙겨 넣게 되는 것이 ‘레토르트 식품’. 뜨거운 물에 살짝 데우기만 하면 되는 레토르트 식품은 가볍고 부피가 작아 휴대가 편리하다. 1인분씩 포장되어 남은 음식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여행용 먹을거리로는 안성맞춤인 셈. 그래서 캠핑이나 여행이 많은 4월과 6∼8월이면 레토르트 식품의 판매량도 급증한다.
레토르트 식품은 기러기 아빠, 바쁜 직장인, 맞벌이 부부 등에게도 인기다. 유학생들이 외국에 나가기 전 챙겨가는 음식 중 하나도 레토르트 식품이다.
이 때문에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회사인 AC닐슨에서 조사한 레토르트 식품 전체의 시장 판매량 추이에 따르면, 카레류의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8.8%, 덮밥 소스류의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27.1%나 늘었다. 몇 분 만에 뚝딱 완성되는 요리, 정성을 더하지 않아도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 레토르트 식품의 뚜껑을 열어봤다.
○ 나폴레옹의 군용식량 공모전에서 당선된 음식이 효시
레토르트 식품은 조리해 완성된 음식을 밀봉해 고압, 고열에서 살균 처리한 식품을 말한다. 뜨거운 물에 3분 정도 담그거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 남짓 데워 바로 먹으면 된다.
레토르트 식품의 역사는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요리하기가 귀찮았던 걸까? 아니면 요리할 시간이 없었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아니다.
의학과 과학이 전쟁을 거치면서 크게 발전했듯이 레토르트 식품도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1700년대 프랑스는 혁명과 영토 확장을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전쟁이 길어지자 군인들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등 건강상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전쟁터에서는 요리를 할 여건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이 쉽게 상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군 지휘봉을 잡은 나폴레옹은 장기보존이 가능하면서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군용식량을 개발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었다. 이 공모전에서 당선된 것은 프랑스 파리의 제과업자였던 아페르가 제안한 새로운 음식 저장법이었다. 아페르는 조리한 음식을 병 속에 넣고 코르크 마개로 막은 후 섭씨 100도에 가까운 물에서 가열했다. 그 뒤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양초로 밀봉함으로써 음식이 상하지 않고 오래 보존되도록 했다. 이것이 현재의 레토르트 식품의 효시다.
레토르트 식품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81년 ㈜오뚜기가 ‘3분 카레’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레토르트 식품은 이후 더 다양해졌다. 카레와 자장을 비롯해 죽 쌀밥 비빔밥 덮밥 등 밥 종류, 탕국 미트볼 스파게티 등 소스류로 그 종류도 다채로워졌다. 포장지나 용기도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그릇, 단층 플라스틱 필름, 금속박 등 용도에 따라 여러 형태로 개발됐다.
○ 방부제, 보존료 없이 장기보존 가능하고 영양도 풍부해
‘레토르트 식품이 간편하고 맛있지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의외로 많다. 특히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걸 보면 엄청난 양의 방부제나 보존료가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식품공전의 레토르트 식품 제조가공 기준에 따르면 ‘보존료는 일절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세균발육은 음성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에 따라 레토르트 식품은 완성된 요리를 완전 밀봉해 ‘레토르트’라는 살균 솥에 넣고 100도 이상 고온에서 멸균해 가공한 것. 공기, 빛, 수분 등을 차단해 미생물의 발생이나 오염을 막은 식품이기에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100도 이상의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녹아 나오지는 않을까? 레토르트 식품의 대표적인 형태인 파우치는 3중 포장으로 되어 있다. 외부는 폴리에스테르, 가운데는 얇은 알루미늄, 내부는 폴리프로필렌으로 구성되며, 135도의 열에서도 환경호르몬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유발되지 않도록 고안됐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포장재 원료다. 세계적으로 요리뿐만 아니라 한약, 두유, 음료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레토르트 식품은 살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완성된 제품에는 열에 약한 비타민 C 등 수용성 영양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열에 강한 비타민 A, D, E 등 지용성 비타민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 등은 파괴되지 않고 살아있다.
특히 카레는 레토르트 식품이라도 항산화 성분으로 알려진 커큐민의 함량에 큰 차이가 없다. ㈜오뚜기 중앙연구소 관계자는 “2007년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강황을 첨가한 소스를 고온 살균해도 커큐민이 거의 파괴되지 않고 95% 정도 잔존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 데우지 않고 그냥 먹어도 무방
레토르트 식품은 일단 완전히 조리된 음식이므로 그냥 먹어도 무방하다. 군대의 전투식량으로 사용되거나 재해, 전쟁 발생시 위급식량으로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마다 가장 맛있는 온도가 있게 마련. 특히 지방성분이 든 레토르트 식품은 상온에서 그냥 먹을 경우 지방이 굳어 먹기가 거북할 수 있기에 데워먹는 것이 낫다.
레토르트 식품을 구입할 때는 유통기한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도 포장지나 용기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면 유통과정이나 밀봉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제품이므로 먹지 말아야 한다. 음식물이 상해도 포장지에 문제가 있어서 부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음식물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거나 신맛이 나고 국물이 심하게 묽어져 있게 마련이다. 용기에 담긴 제품은 용기에 찌그러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찌그러지면서 밀봉 부분에 틈이 생겨 음식물이 변질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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