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묘한 북유럽 매력 속으로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국제갤러리 ‘앙트락트’전

북유럽의 정서가 스며든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본관에서 열리는 ‘앙트락트(막간극)’전. 참여 작가는 미샤엘 엘름그렌과 잉아르 드락세트, 카스파르 보넨, 안 리슬레고르, 마르코 부오콜라, 페르 비센.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들의 작품은 설명 없이는 이해가 힘들지만 국내에서 흔히 접하던 스타일과 차별화된 작업이라 신선하게 다가온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엘름그렌(덴마크)과 드락세트(노르웨이)가 만든 흰색 금고. 3m가 넘는 조각대 위에 놓여 손이 닿지도, 열리지도 않는다. 무용지물인 현대미술 혹은 대책 없이 맞은 세계 금융위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자코메티와 제프 쿤스 등의 작품 모형이 등장해 시장의 ‘몸값’을 뽐내는 영상물 ‘드라마 퀸스’에도 풍자와 냉소가 담겨 있다.

스웨덴 작가인 비센의 작업 과정은 흥미롭다. 거장의 도록을 사들여 그림을 잘게 오린 뒤 콜라주한다. 이를 스캔한 뒤 대형사진으로 제작한 그의 작품은 낯설면서도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미니멀리즘의 대가인 도널드 저드가 활동한 곳으로 알려진 텍사스 마파를 찍은 부오콜라(핀란드)의 사진, 연극적 서사양식을 녹여낸 보넨(덴마크)의 회화도 돋보인다.

2층에 올라가면 노르웨이 출신 리슬레고르의 비디오 작품 ‘어둠의 왼편’을 틀어준다.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없어진 미래도시를 소재로 한 어슐러 르귄의 공상과학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영상물로 소설의 텍스트와 현란한 이미지가 빠르게 흘러간다.

전시는 23일까지. 02-735-844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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