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옷을 입은 우람한 여성단원과 파란색 남방셔츠 차림의 어릿광대, 멋쟁이 흰 말에 재간둥이 원숭이까지 한데 어우러진 서커스 막사. 사람도 동물도 보테로 특유의 색감과 조형표현으로 그려져 흥겨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서커스는 19세기 대중미술에서 유행하던 소재였다. 피카소, 샤갈 등 근현대 화가들도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서커스의 양면성에 매료돼 광대를 즐겨 그렸다. 2000년 이후 서커스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았던 보테로는 무대의 화려함뿐 아니라 그 이면에 감춰진 단원들의 모습과 일상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