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앵커) 최근 한국 영화 세편이 연이어 개봉했습니다. 차우, 해운대, 국가대표 모두 제작비가 100억원이 넘는 대작영화입니다.
(김현수 앵커) 이들의 공통점은 시각 효과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건데요. 문화부 염희진 기자와 함께 한국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즉 CG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염 기자, 영화 해운대가 요즘 화제죠?
(염희진 기자) 13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해운대'는 한반도에 지진해일이 밀려온다는 내용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니다. 실감나는 컴퓨터그래픽, 즉 CG 장면을 위해 130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 절반이 들었습니다. 먼 바다에서 다가오는 지진해일 장면은 나중에 합성한 장면이고요.
지진해일이 덮친 광안대교 위를 사람들이 도망가는 장면, 다리 위에 떨어지는 컨테이너를 요리조리 피하는 장면은 영화 속 대표적인 CG 장면입니다. 배우들 모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광안 대교 위에서 상상만으로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신 앵커) 해운대를 예전 한국영화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물이 덮치는 장면이 자연스럽던데요, 이 기술은 얼마나 어려운 건가요?
(염 기자) CG부문에서 가장 어렵다고 꼽히는 세 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털, 불, 물 CG입니다, 특히 물이 건물에 부딪히거나 사람의 피부에 닿는 장면은 국내 기술로는 미개척 영역이었습니다. '해운대' 제작진은 이 물 CG를 위해 '퍼펙트스톰' '투모로우'의 CG를 맡았던 한스 울리크을 영입했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헐리우드 물 CG 기술이 국내 업체에 이전됐다고 하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앵커) 국가대표와 차우도 시각 효과가 대단하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염 기자)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들의 세계를 그린 '국가대표'도 제작비 110억원을 들인 블록버스터 스포츠영화입니다. 후반에 등장하는 스키 장면은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안겨주는데요. 120m 높이 경사로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거나 허공으로 도약하는 장면의 비밀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특수 촬영 장비 캠캣(CamCat)에 있습니다. 이 장비를 통해 시속 100km로 움직이며 선수들의 표정 하나까지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 10대의 멀티 카메라가 동원되기도 했죠. 실제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들이 촬영을 했고 여기에 배우들의 얼굴을 CG로 입혔습니다.
반면 식인 멧돼지와의 사투를 그린 영화 '차우'는 CG의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작품입니다. 해운대의 CG를 맡았던 폴리건 엔터테인먼트가 담당했지만 아쉽게도 멧돼지의 섬세한 털을 묘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멧돼지가 등장하는 괴수영화를 처음 시도했다는 것으로 평가받을 만한 영화입니다.
(신 앵커) 한국영화에도 시각효과가 점점 주인공이 드는 느낌인데요, 우리 기술수준을 해외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염 기자) 네, 한국 영화에서 시각효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총제작비 112억 원을 들여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은 CG 비용만 50억 원(44.6%), '디워'도 총제작비 300억 원의 33%인 10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이에 비례해 해외 기술에 의존했던 국내 CG 기술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CG업체는 총 25갠데요, 할리우드에 비하면 영세한 수준이지만 CG기술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개봉된 영화 '포비든 킹덤' CG장면에는 매크로그래프 등 국내 업체 인력 2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CG기술의 수출시대가 열린 것이죠.
특히 2010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인 '로보트 태권브이'는 국내 최초의 로봇 실사 영화로 한국의 '트랜스포머'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CG작업에는 모팩을 비롯해 국내 대표적인 CG 업체 7개가 총 출동했습니다. 국내에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강 전투 장면, 건물 폭파 장면, 로봇이 건물과 부딪히는 장면을 순수 토종기술로 만든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김 앵커) 염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