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살아계신다면 통일운동 하셨을 것”

  • 입력 2009년 8월 6일 02시 57분


항일운동 헐버트 박사 60주기 추모식에 손자 참석

대한제국의 국권 회복을 위해 일제에 맞서다 추방당한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의 60주기 추모식이 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묘지 내 선교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린 추모식은 헐버트 박사의 손자인 브루스 헐버트 씨(70) 부부와 이병구 서울지방보훈청장, 김영일 광복회장, 기념사업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사와 서울경찰악대의 아리랑 연주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브루스 헐버트 씨는 추모식에서 헐버트 박사가 생전에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건국훈장 독립장과 소장하던 최초의 한글 교과서 ‘사민필지’, 한국에서 사용한 은촛대, 가족사진 등을 공개하고 기념사업회 측에 기증했다. 그는 “할아버지께서 한국의 독립에 평생을 바치셨듯이 지금 살아계신다면 당연히 한반도 통일을 위해 헌신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버몬트 주 출신인 헐버트 박사는 대한제국의 초청으로 1886년 23세의 나이에 왕립 영어학교인 육영공원 교사로 한국 땅을 밟은 뒤 교육분야 총책임자 및 외교자문관으로 고종황제를 보좌했다. 1905년 을사늑약 후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국무장관과 대통령을 면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또 1907년에는 이준 열사 등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항일운동을 벌였고 1910년 강제 추방됐다.

이후 40년 만인 1949년 7월 29일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8·15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그는 일주일 만인 8월 5일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평소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소망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묘지에 안장됐다. 정부는 이듬해인 1950년 헐버트 박사의 공로를 인정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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