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가 된 지젤?”
고전발레,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이 다시 태어난다. 서울발레시어터(SBT)가 창단 15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She, 지젤(사진)’.
원작 ‘지젤’은 귀족청년 알브레히트를 사랑한 시골처녀 지젤이 배신을 당해 목숨을 끊고 유령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면 ‘She, 지젤’에서 두 연인 사이를 막는 장애물은 ‘출생의 비밀’이다. 지젤의 엄마와 알브레히트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사랑을 나누어 지젤을 낳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랑에 빠진 것.
순수한 사랑을 갈망했던 지젤은 알브레히트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결국 창녀촌으로 흘러들어가 병까지 얻는다. 내용만 보면 지젤의 잔혹 수난사에 가깝지만, 작품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온갖 어려움을 겪은 지젤의 화해와 용서로 흐른다.
파격적인 설정에 어울리도록 안무도 절제되지 않은 솔직한 움직임에 무게를 두었다. 튀튀(백색 치마)와 토슈즈를 대신한 원색적인 시폰 소재의 의상도 볼거리다. 1막은 흰색 무대이지만 2막은 검은색 무대.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의 때가 묻어가는 지젤의 의상은 점점 어둡게 변해간다. 지젤을 짝사랑한 남자 힐라리온의 역할도 원작보다 더 부각된다.
상임 안무가 제임스 전 씨는 “순수한 사랑의 대명사인 지젤, 아름답고 착해야 하는 발레라는 고정관념들을 뒤집어보고 싶었다”며 “반짝거리는 보석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냄새 나는 고통과 끈적거림이 더 아름다운 법”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도 지젤의 엄마가 한때 사랑한 남자 역으로 깜짝 출연한다. 지젤 역 정혜령 임혜지, 알브레히트 역 하준국 강석원. 28∼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만∼7만 원. 02-3442-2637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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