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앤스타일] “명품은 가라”…쇼핑명당 명동, 중저가 화장품이 반짝

  • 입력 2009년 8월 7일 07시 43분


국내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명동 중앙로의 파스쿠찌 건물.

이 건물에는 현재 가수 겸 배우 비의 대형 사진과 함께 녹색 바탕에 흰 글씨로 ‘NATURE REPUBLIC’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 곳의 정체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이다.

5층짜리 이 건물의 공시지가는 3.3m² 당 2억599만원으로 스타벅스와 파스쿠찌가 차례로 이 곳을 거쳤지만 엄청난 임대료 때문에 계속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명품도 아닌 신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이 떡하니 자리 잡았다. 명동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997년 IMF 이후 고급 브랜드 매장이 간판을 내리면서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저가 의류와 잡화가 하나씩 들어섰고, 2003년에는 한류 열풍과 함께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현재는 고급 라인도 생산하면서 중저가로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저가였다)이 미샤와 더페이스샵을 시작으로 차례로 둥지를 틀었다. 급기야 현재는 네이처 리퍼블릭, 스킨푸드, 에띄드하우스, 토니모리, 한스킨, 이니스프리, 잇츠스킨 등 20여개가 넘는 브랜드숍이 중앙로를 점령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우선 모델의 힘이다. 미샤는 이병헌과 김혜수, 더페이스샵은 배용준, 스킨푸드는 성유리, 토니모리는 김현중 등 이런 식이다. 새로 시장에 등장한 네이처 리퍼블릭도 비를 기용했다. 가격은 저가지만 모델만은 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는 톱모델을 기용한 게 적중했다. 환율로 인해 늘어난 일본, 중국, 동남아 관광객들은 브랜드숍을 찾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화장품을 마구마구 사들였고, 이에 고무된 브랜드숍은 너도나도 명동으로 뛰어들었다.

둘째,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와 제품의 질이다. 립스틱 효과라는 말이 있듯 경기 불황 속 소비자들은 합리적은 소비를 위해 저가 화장품으로 눈을 돌렸고, 제품 또한 고가 화장품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퀄리티로 소비자를 충족시켰다.

네이처 리퍼블릭 박평순 영업본부장은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브랜드숍은 오히려 활황으로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가격은 저가이지만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셋째, 명동 상권의 힘이다. 20개가 넘는 브랜드숍이 물리면서 한정된 시장에 수익이 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처음에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모든 매장이 다 성황이다. 상대의 매출을 갉아먹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데 모인 효과까지 내고 있다.

1일 평균 유동 인구 150만명의 명동 상권과 중저가 브랜드숍의 궁합은 현재까지 최고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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