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6년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급격히 몰락한 국내 전자오락실(아케이드 게임장)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착한 오락실’ 만들기에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 사행성 오락의 온상인 전자오락실을 건전한 선진국형 가족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문화부는 이를 위해 ‘게임문화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 제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오락실을 백화점, 영화관, 콘도 등의 대형 가족 공간과 결합시키고 등록절차 등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사전에 등록하지 않아도 영업 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통지’하면 등록과 같은 효과가 있도록 하며 △영화관 등이 고객 유치 차원에서 게임기 몇 대만 설치할 경우에는 아예 게임장업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오픈형 게임장이 적지 않다”면서 “이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세계 3대 게임 강국 도약을 목표로 지난해 11월부터 ‘오락실의 가족 문화공간화’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미디어관계법에 밀려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문화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9월 법안 통과를 위해 현재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홍보하고 있다”며 “6개월의 입법 예고기간을 거쳐 내년 초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게임을 이용한 사행행위 규제 강화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 조성 및 이용자 권익보호 강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정부가 오락실 산업을 다시 살리기로 한 것은 최근 국내 게임 수출액이 줄어들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2012년까지 아케이드 산업단지 조성, 전국 20곳에 도심형 게임 엔터테인먼트 공간 마련 계획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오락실 산업은 붕괴에 가까울 정도로 된서리를 맞은 상태다. ‘200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전자오락실 매출액은 2006년 약 2조6770억 원이었으나 바다이야기 파문 이듬해인 2007년에는 98% 줄어든 518억 원에 불과했다. 특히 2007년까지 국내 영업 중인 아케이드 게임장은 등록된 업소는 1만 개가 넘지만 실제 운영 중인 업소는 1800개에 그치고, 이 중 불법 게임장이 1000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게임교육원 이재홍 교수는 “오락실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려면 건전화 시도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게임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온라인 게임과 차별화하는 독창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윤나 인턴기자 미국 로체스터공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