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08>樊遲가 問仁한대 子曰, 愛人이니라.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樊遲는 공자의 제자로 ‘논어’에는 공자와 그의 문답이 모두 일곱 번 나온다. ‘顔淵(안연)’편의 이 章은 첫머리를 따서 흔히 樊遲問仁章(번지문인장)이라 하는데, 樊遲와 공자의 문답이 있은 후 樊遲와 子夏(자하)의 對談(대담)이 길게 이어진다. 樊遲의 질문에 대해 공자는 仁과 知를 간명하게 정의하되 仁과 知를 나의 내부에서 충족되는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남과의 관계를 통해 완성되는 관계 개념으로 정의했다.

問仁은 仁을 물었다, 仁에 대해 물었다는 말이다. 問知는 知를 물었다, 知에 대해 물었다는 말이다. 愛는 仁을 구성하는 第一義이다. 問知의 주어는 樊遲인데, 문맥상 헷갈리지 않으므로 생략했다. 공자가 말한 知人의 뜻은 공자의 부연 설명, 그리고 樊遲와 子夏의 對談을 통해 자세하게 밝혀진다. 대개 사람을 알아보아 그를 적절한 지위에 등용하고 정무를 맡긴다는 뜻을 함축한다.

공자가 愛人知人을 말한 것은 ‘회남자’가 仁知를 사람의 훌륭한 재능으로 규정한 것과 통한다. ‘회남자’도 仁을 愛人, 知를 知人으로 규정하면서 통치 원리에 연계했다. 곧 愛人하면 가혹한 형벌이 없어지고 知人하면 혼란한 정치가 없어진다고 했다. 춘추시대 晉(진)나라 대부 智伯(지백)은 다섯 가지 재능이 있었지만 남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패망했다. 齊(제)나라 왕 建(건)은 세 가지 뛰어난 기교가 있었으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秦(진)나라의 포로가 되었다. 남을 사랑하면 어진 정치를 실현할 것이고 사람을 제대로 알면 올바른 인사를 통해 정치를 안정시킬 것이다. 공자와 ‘회남자’가 말한 愛人知人의 뜻은 현대에도 무척 適實(적실)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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