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강렬한 비트 아찔한 곡예… “예술이네”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 캐나다 아트서커스 ‘아이디’ 인천서 세계 초연

《빠르고 역동적이다.

예술서커스 작품 중 최초로 국내에서 세계 초연된 ‘ID: 아이디’는 지금까지의 예술서커스와 큰 차별성을 보였다.

‘태양의 서커스’로 세계적 문화상품 반열에 오른 기존의 예술서커스는 대부분 우아하고 서정적이었다.

7일 인천 송도 인천세계도시축전장 내 1400석 규모의 빅탑 씨어터에서 개막한 ‘ID’는 힙합 댄스나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대도시 언더그라운드 문화코드에 서커스 곡예를 접목했다.》

힙합에 테크노까지 접목
70분 공연 3분마다 박수
‘빠르고 역동적인 서커스’
한국측에서 아이디어 제공

무대세트는 고층건물의 뒷골목 풍경을 연상시켰고 배경음악으로는 힙합 비트의 드럼과 일렉트로닉 록풍의 전자건반이 결합했다. 이런 조합은 기존 예술서커스의 환상적이면서도 명상적이던 분위기를 벗어나 현대적이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도심에 핫팬츠 차림의 빨강머리 여인이 등장한다. 영화 ‘제5원소’의 밀라 요보비치나 ‘클로저’의 내털리 포트먼을 연상시키는 여인의 이미지는 도회적 삶의 고독과 내밀한 정열을 상징한다. 우연히 마주친 남자와 춤을 추듯 곡예를 펼치던 그는 남자와 헤어진 뒤 도심을 배회하는 고양이처럼 공연 중간 중간 출몰하면서 전체 흐름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도시에 보름달이 떠오르면 정장 차림의 시민들은 헐렁하고 스포티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저마다 재주를 뽐낸다. 14명의 기예가들은 브레이크 댄스와 힙합, 테크노가 접목된 춤에 차이니스 폴(기둥을 붙자고 펼치는 기예), 스트랩(끈에 매달려 펼치는 공중곡예), 컨토션(신체의 유연성을 펼치는 곡예), 트램펄리닝(텀블링 쇼) 등의 기예를 녹여낸다.

이런 묘기들은 특히 수직적 도시공간을 수평공간으로 전환시키는 반(反)중력의 상상력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자전거를 타고 건물의 계단을 거꾸로 뛰어올라간다거나, 맨몸으로 건물들을 건너뛰는 야마자키에 수평운동으로 90도 돌린 트램펄리닝을 접목한 장면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도시 젊은이들의 댄스 배틀을 흉내 내면서 12개의 의자를 쌓아놓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묘기나, 빙글빙글 도는 둥근 링 안에서 곡예를 펼치는 루시르(Roue Cyr)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70분의 공연시간 내내 3분 간격으로 박수가 쏟아졌다.

‘ID’는 캐나다의 예술서커스단 시르크 엘루아즈의 일곱 번째 작품. 그러나 이 서커스단이 2006년과 2008년 내한공연을 통해 선보인 ‘레인’과 ‘네비아’ 등 전작들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혁신성은 이 작품이 일종의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제작된 데 기인한다. 제작비 중 절반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한국 쇼웨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윤정헌 대표는 ‘빠르고 역동적인 예술서커스’란 아이디어를 제공해 이 작품의 실질적 산파 역할을 했다. 윤 대표는 “‘ID’는 2011년까지 송도신도시에 세워질 2000석 규모의 예술서커스 전용극장에서 공연될 작품의 맛보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기로 했던 한국 가수(김종서)의 노래는 전체적 배경음악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취소됐다. 무대가 객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뒷좌석에선 섬세한 묘기를 감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3만∼10만 원. 10월 25일까지. 032-471-8600

인천=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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