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는 국악뮤지컬인 동시에 포스트모던 뮤지컬이다. 국악뮤지컬이란 점은 전통적 판소리 창법과 현대적 일상을 구수한 재담으로 접목시키려는 노력에서 확인된다. 포스트모던 뮤지컬이란 점은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내용의 잡종성(hybrid)이 그렇다. 서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독립적인 판소리 창작 뮤지컬 3편을 옴니버스로 묶었다.
첫 번째 ‘과자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해 바다과자를 대표하는 ‘꽃게랑’과 육지과자를 대표하는 ‘오감자’의 비극적 사랑이 바다과자와 육지과자를 합친 ‘오징어 땅콩’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두 번째 ‘스물셋 송희’는 간이라도 빼줄 듯 뜨거운 사랑을 나누다 너무도 차갑게 이별을 고하는 요즘의 인스턴트 사랑을 풍자한다. 세 번째 ‘조선 나이키’는 나이키 운동화를 갖는 것이 청소년들의 로망이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꿈과 애환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이런 내용에서 확인하듯 패러디와 혼성모방을 통한 비틀기로 풍자와 반어를 즐기고, 과자와 나이키로 상징되는 일상의 소비문화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지극히 포스트모던하다. 내용과 무관하게 판소리란 전통적 이미지와 애플그린이란 현대적 이미지의 충돌을 노려 제목을 뽑은 것 역시 지극히 포스트모던한 발상이다.
이는 국악뮤지컬 창작집단 ‘타루’의 자의식의 반영이다. ‘젊은 국악’과 ‘국악뮤지컬’이란 이질적인 조합을 풍자와 해학으로 이뤄내겠다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서사의 파편화’와 ‘삶의 유희화’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2만5000∼3만 원. 1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02-6381-450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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