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비발디 등과 함께 오늘날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러시아). 그러나 그의 삶은 들여다볼수록 알쏭달쏭하다. 동성애자인데도 여성과 결혼했다가 도망치고, 평생의 후원자와는 한 번 만나지도 않고…. 도대체 무슨 강박이 그를 지배했을까. 발레 두 편이 복잡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국립발레단이 9월 10∼13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 ‘차이코프스키’와 유니버설발레단이 9월 11∼20일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는 드라마발레 ‘오네긴’. 양쪽 모두 그가 생전에 창작한 오리지널 발레가 아니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풀어나간 ‘차이코프스키’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는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청년기부터 의문의 죽음까지 대작곡가의 삶을 풀어나간 전기(傳記) 발레. 러시아의 천재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이 줄거리 구성과 안무를 맡았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들이 무의식의 세계를 그리는 대목에서 에이프만 특유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엿보인다. 차이콥스키 역에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겸 예술감독인 블라디미르 말라코프와 국립발레단의 김현웅 이영철 씨가 출연한다. 버림받은 부인 밀류코바 역은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나탈랴 포보로즈뉴크와 국립발레단의 ‘얼굴’인 김주원 김지영 씨가 맡는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국립발레단이 세계 스타들과 같은 무대에서 현대적 드라마 발레를 연기하는 수준에 왔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6번 ‘비창’,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을 박태영 지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한다. 5000∼15만 원. 1588-7890, 1544-1555
○ 우유부단과 충동의 캐릭터 ‘오네긴’
‘오네긴’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발레’로 알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의 판권을 가진 존 크랑코 재단이 일정한 수준과 권위를 가진 단체에만 공연 권한을 주기 때문. 2004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내한공연에서 여주인공 타티아나 역을 맡은 강수진 씨가 마지막 장면에서 오열해 객석을 감동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원작은 1833년 발표된 푸시킨의 동명 소설. 차이콥스키는 이 소설에 대해 ‘내가 가장 사랑하고 공감을 느끼는 작품’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으며 권태와 충동에 사로잡히기를 반복하는 우유부단한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꿈 많은 처녀 타티아나가 이지적인 청년 오네긴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오네긴은 이를 무시했다가 훗날 커다란 후회에 사로잡힌다는 줄거리다. 차이콥스키는 1879년 이 소설을 오페라로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다.
안무가 존 크랑코는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선율은 한 차례도 인용하지 않은 대신 그의 피아노곡 ‘사계절’,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걸맞은 분위기의 줄거리에 녹여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황혜민 씨 등 3명이 꿈과 동경에 지배당하는 여주인공 타티아나 역을 맡는다. 4만∼10만 원. 02-2005-0114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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