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 마리아나제도 티니안 섬 공군기지를 떠난 미군 509혼성대대의 소속 비행기 ‘에놀라 게이’는 1945년 8월 6일 아침 일본 히로시마의 상공에 다다랐다. 오전 8시 15분.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가 아침 출근과 등굣길에 나선 일본인들을 덮쳤다.
히로시마 시내 한복판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엄청난 고열과 강풍으로 인명을 앗아갔고 충격파로 건물이 무너져 다치거나 사망한 이도 많았다. 도시는 순식간에 불타는 지옥으로 변했다. 히로시마 시민 14만 명이 즉사하거나 수개월 내 숨졌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즉각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은 두 번째 원자폭탄 투하 지점을 고쿠라로 정했다.
하지만 투하 당일인 9일 짙게 깔린 구름 때문에 장소를 나가사키로 바꿨다. 일본은 연합군의 본토 상륙에 대비했지만 원자폭탄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엿새 뒤인 15일 2차 대전의 패전을 선언했다.
MBC는 15일 광복절 특집으로 밤 12시 히로시마 원폭 투하의 전 과정을 그린 BBC 다큐드라마 ‘카운트다운 히로시마’를 90분간 방영한다. 이 다큐드라마는 2005년 8월 2차 대전 종전 60주년 특집물로 BBC1에서 방영한 바 있다. 이듬해 국제에미상 다큐 부문 대상, 같은 해 국제반프TV페스티벌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이 다큐드라마는 미국 멕시코 주 로스앨러모스 비밀연구소가 1945년 7월 16일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 사실부터 시작해 원폭을 투하한 509혼성대대를 소개한다. 고열과 강풍을 동반하는 원자폭탄의 위력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했다.
원자폭탄 피해자들의 사연도 담았다. 히로시마 시 육군병원 군의관으로 일했던 히다 박사는 시골로 왕진을 갔다가 살아남았고, 돌아온 후에는 환자 수천 명을 돌봤다. 숨바꼭질을 하고 있던 다네모리 씨(당시 8세), 구조작업을 벌인 데라사와 씨 등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