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지름 2m에 검은색을 띤 커다란 구가 도시를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김정수는 이 괴상한 물체를 목격한 최초의 사람. 구는 천천히 소리 없이 굴러와 근처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집어 삼킨다.
사람들이 구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본 주인공은 기겁을 한 채 짐을 챙겨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도망친다. 그 사이 구는 분열을 해 엄청난 수로 불어나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게 구 안으로 흡수된다. 총도, 포탄도 소용없다.
도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들지만 대안은 없다. 재앙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김정수는 부모님을 만나지 못한 채 그 혼란 속을 떠돌다 한 청년을 만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신체를 접촉하고 있을 때, 구가 그들을 피해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구의 정체는 무엇이며 두 사람은 끝까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체불명의 구가 나타나면서 만연해진 도시의 혼란과 공포, 사람들 간의 불신과 외로움 등을 장르문학적 요소를 차용해 속도감 있게 전개했다. 등장할 때처럼 어느 날 문득 이유 없이 구들이 모두 사라지고 흡수됐던 사람들이 되돌아온 뒤, 주인공은 새로운 위기에 부딪히게 된다. 제1회 멀티문학상 수상작.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