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캐나다의 웨스트코스트 트레일과 함께 세계 3대 트레일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존 뮤어 트레일.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운동가 존 뮤어가 당나귀를 타고 즐겨 다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요세미티 산맥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 봉에 이르기까지 358km. 계곡과 목초지, 습지와 늪, 강과 호수 등이 이어지는 이 트레일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장쾌한 풍경을 자랑한다.
존 뮤어 트레일 가운데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우연히 매료된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18일간의 여정을 떠난다. 이 책은 그 기록이다.
저자는 그 여정을 “종교적 체험”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풀어놓은 다양한 에피소드도 좋지만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아름다운 풍광이 아닐 수 없다. 순도 높은 공기로 가득한 캐시드럴 호수, 호수 안에 1000개의 바위섬이 있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호수, 햇살과 꽃이 더욱 선명해지는 버지니아 호수와 그 주변의 초지, 물기둥이 떨어지는 듯 장대한 물줄기의 에볼루션밸리, 잔인한 돌덩이로 가득 찬 마서 패스….
존 뮤어 트레일 곳곳을 촬영한 사진도 좋다. 수많은 호수와 계곡 풍경은 물론이고 하프돔 정상을 오르기 위해 일렬로 외줄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 사진은 이채로운 장관이다.
18일의 여정을 마치고 마지막 휘트니 봉에 올랐을 때. 그 순간의 느낌을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육체의 고통마저 저절로 치유하게 하는 곳. 하늘과 땅 사이 혼자 있는 자신을 의식했을 때, 그저 이 자리에서 선 채로 화석이 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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