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머리에 손가락 빗질하며/남산에 올랐다./팔각정에서 장안을 굽어보다가/갑자기 보리씨가 뿌리고 싶어졌다.’(신동엽, ‘서울’ 중에서)
서울 남산 팔각정에 오른 시인은 고층건물과 피뢰탑으로 가득한 도시를 내려다보며 “그러나 나는 서울을 사랑한다”고 노래한다. 이곳에서 내려와 조금 걸으면 남산도서관. 김소월 시인의 시비가 있다.
광화문과 효자동 일대에는 옛 문인들의 집터가 많다. 서정주가 ‘광화문은/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광화문’ 중에서)라고 노래한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 담장을 끼고 걷다 통의동 쪽으로 접어들면 곧 이상 가옥 터를 만날 수 있다. 근처에는 ‘사슴’의 시인 노천명의 가옥과 윤동주의 하숙집이 있다. 효자동 전차종점은 ‘숨어서 한 철을 효자동에서/살았다. 종점근처의 쓸쓸한/하숙집’(‘하숙집’ 중에서)이라고 노래한 박목월의 하숙집이 있던 곳이다.
옛 서울역사 앞에서는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낀 소설가 구보 씨를, 옛 경성우편국 자리(현재 중구 포스트타워)에서는 경성 산책에 나선 윤직원 영감(채만식, ‘태평천하’)을 만난다. 저자들은 산책로를 지도 위에 표시하고 교통편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 서울의 진면목을 찾아 나설 것을 권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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