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연예계 “제발 돌려달라”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최진실 씨의 납골분묘가 파손된 채 유골함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15일 오전 8시 10분경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갑산공원 묘원에 안치돼 있던 최 씨의 유골함이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납골분묘는 두께 7cm의 화강암 재질에 가로 1.3m, 세로 2.1m 크기로 발견 당시 뒤쪽 벽면이 깨져 있었고, 다른 석판으로 깨진 부분이 가려져 있었다. 또 깨진 분묘 바로 앞에서 빈 소주병 2개가 발견됐다. 전병기 갑산공원 관리사무소장은 “깨진 벽면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쇠망치나 대형 둔기로 10차례 이상 내리쳐야 깰 수 있다”며 “14일 오후 6시 묘원을 순찰할 때는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누군가가 고의로 최 씨의 유골함을 훔쳐간 계획적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한 소주병과 납골분묘 등에서 지문을 채취해 경찰청에 신원 확인을 의뢰했다. 또 소주병과 깨진 대리석 조각을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유전자(DNA)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갑산공원으로 통하는 국도상에 있는 폐쇄회로(CC)TV 2대에 녹화된 화면을 확보해 사건 발생 추정시간인 14일 오후 6시∼15일 오전 8시를 전후해 공원 주위를 드나든 차량을 분석하고 있다. 또 공원 주변의 통화기록을 분석하는 등 통신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 씨의 분묘를 비추던 CCTV는 12일 낙뢰를 맞아 카메라가 깨져 작동하지 않았고 인근에 있던 다른 CCTV도 고장 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모객이 우발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현장에 있던 방명록을 입수해 14일 최 씨 묘소를 찾은 사람에 대한 탐문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최 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하재완 하하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5일 소식을 듣고 묘소를 찾아갔는데 현장을 보고나니 마음이 너무 갑갑했다”며 “이러한 사건은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씨와 절친했던 방송인 이영자 씨는 가족들과 강원도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15일 오전 소식을 듣고 고인의 유골이 안치된 갑산공원을 서둘러 찾았다. 이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 친구는 삶이 힘들어 떠났는데 하늘에 가서도 못 쉬게 됐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유골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고 범인을 빨리 잡아 유골함을 돌려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최 씨와 가까웠던 방송인 홍진경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도저히 말을 할 기분이 아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양평=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