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4.4도에 이르는 찜통더위도 국보 1호 숭례문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려고 몰려든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문화재청이 안전상의 이유로 지난해 11월 중단한 숭례문 복구현장 공개관람을 재개한 지 이틀째인 16일 낮 12시 반, 관람 시작 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숭례문 앞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지만 대구 광주 마산은 물론이고 멀리 제주에서까지 숭례문을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이 적지 않았다. 아들 내외, 손녀와 함께 온 홍용희 씨(71·경기 안성시)는 “내 생전에 완전히 복원된 숭례문을 볼 기회가 올까 싶어 복원 중인 모습이라도 보러 왔다”며 “아침에 평택역에서 전철을 타고 1시간 반 걸려 도착했다”고 말했다.
당초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아 토 일요일에만 한 번에 30명씩 6차례만(하루 180명) 관람객을 입장시키겠다고 공고했던 문화재청은 시민의 관람 요청이 잇따르자 현장에서도 관람신청을 받아 안전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입장시키고 있다.
문화재청 숭례문복구단 관계자는 “어제(15일)도 관람정원이 70명이나 초과됐는데 오늘도 1회차 관람부터 20명이 초과됐다”고 말했다. 어린이 관람객에게 인기가 높아 이날 1회차 관람객 50여 명 가운데 20여 명이 어린이였다.
공개관람 코스는 복원 중인 숭례문을 눈비 등으로부터 보호하려고 설치한 ‘가설덧집’ 안으로 들어가 숭례문을 바라보며 자원봉사 가이드에게서 숭례문 화재의 원인, 복원계획 및 진척 상황 등에 대한 해설을 듣고 짧은 시청각물을 감상하는 것으로 45분 남짓 걸린다.
가설덧집 5층에서 조망한 숭례문은 화재 당시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문루 1층 누각 위로 타다 남은 시커먼 기둥이 삐죽 솟아 있었고 깨진 기와장도 여러 장 남아 있었다. 이 때문인지 숭례문이 얼마간 옛 모습을 회복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찾아온 몇몇 시민은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쓸 만한 기둥과 석재 등을 복원할 때 최대한 재활용하려고 철거작업이 신중히 진행됐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복원이 시작될 것이다”라는 설명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5층 공개관람실에서 화재 당시의 동영상이 상영될 때에는 관람실 곳곳에서 안타까운 탄식과 혀를 차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관람을 마친 시민들은 2012년 옛 모습을 되찾을 숭례문을 상상하며 숭례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충북 청주시에서 온 조성수 씨(54)는 “숭례문이 불탈 때 내 재산이 타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며 “원형 그대로 튼튼하게 복원해 후손들에게 물려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날 가이드를 맡은 자원봉사자 홍재석 씨(25·건국대 사학과 4학년)는 “지난해 마지막 공개관람 때도 안내를 했는데 그동안 숭례문 현판도 복원되고 유물도 발굴되는 등 추가로 설명할 내용이 많아져 조금은 긴장됐다”며 “시민들이 숭례문을 더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숭례문 복원현장 공개관람은 2012년 숭례문의 복원이 완료될 때까지 매주 토 일요일 하루에 6차례씩 진행되며, 희망자는 문화재청 인터넷 홈페이지(sungnyemun.or.kr)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