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웨딩마일리지를 챙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백화점마다 운영방식이 다른 데다 각종 조건이 까다로운 탓입니다. 가입 절차부터 복잡합니다. 예식장 계약서나 청첩장이 있어야 하고 신분증도 첨부해야 합니다. 대리가입도 안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서류 중 하나라도 챙기지 않았거나, 부모님이 대신 백화점을 찾았다가 헛걸음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구매 금액을 적립하는 데도 여러 단서가 붙습니다. 현대백화점은 당일 영수증만 인정합니다. 그 대신 점포별 구매액이 합산됩니다. 롯데백화점은 언제라도 영수증만 있으면 적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 본점, 잠실점 등 점포별로 구매액을 따로 적립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마일리지 적립은 하지 않고, 가전이나 가구를 구입한 경우에만 5%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합니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예식장 계약서를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각종 조건 탓에 웨딩마일리지를 이용하는 고객 사이에서 종종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롯데백화점을 이용했던 한 지인은 “주로 잠실점을 이용하다 시간상의 이유로 강남점에서 물건을 샀는데, 행사 최소 기준이 200만 원이다 보니 강남점에서 쓴 100여만 원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또 “웨딩마일리지를 적립하러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다 보면 짜증이 난다”는 불만도 높습니다. 계산할 때 자동 적립되는 게 아니라 주로 건물의 맨 위층에 자리 잡은 서비스센터를 매번 찾아가야 하는 탓입니다. 특히 현대백화점에서는 당일 영수증만 인정되다 보니 백화점 문을 나서는 길에 물건을 사기라도 하면 번거롭게 다시 오르내림을 반복해야 합니다.
혜택도 좋지만,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백화점에서 웨딩마일리지를 운영하는 취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백화점 측은 “혼수를 준비하는 고객은 구매 규모가 크고 향후 고정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인 셈인데, 고객의 발길을 잡기 이전에 고객의 마음부터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강혜승 산업부 기자 fined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