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을 위한 ‘차통’, 미국인을 위한 ‘시리얼통’, 인도인을 위한 ‘난통’…. 작은 밀폐용기 하나에도 문화가 담긴다. 밀폐용기 전문기업 락앤락이 중국 인도 미국 등 전 세계로 활로를 확대하며 밀폐용기 속에 각국 문화를 녹여 내 세계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23일 락앤락에 따르면 최대 시장인 중국을 겨냥해 개발한 상품인 차통은 물통 안에 스테인리스강 거름망을 넣어 각종 찻잎을 바로 우려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또 용기 내에 찻잎 보관함을 둬 휴대성을 높이고, 몸체를 이중 구조로 만들어 온도 변화를 최소화했다. 사먹는 녹차보다 직접 우려 마시는 잎차를 선호하는 중국인의 특성을 반영해 설계한 밀폐용기다. 덕분에 지난해 락앤락이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1000억여 원으로, 이 회사 전체 매출 3000억 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락앤락의 글로벌 이미지를 담은 CF를 방영했는데, CF 속에 등장한 차통을 보고 국내 소비자들이 문의를 많이 해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판매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해외용으로 개발한 제품이 국내 상품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 시장용 시리얼통이 대표적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아침 식사로 자주 먹는 시리얼을 보관하도록 여닫기 쉽게 뚜껑을 달고, 밀폐력을 높인 제품이다. 시리얼의 기존 포장 용기가 보관성이 좋지 않고 사용이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이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시리얼과 각종 잡곡, 애완동물 사료용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용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이 스며들지 않고 내용물을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점을 활용해 한국 주부들이 세제 용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 문화의 차이가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 낸 사례다.
덥고 습한 날씨의 인도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은 난(화덕에서 구운 넓적한 인도식 빵) 보관용기다. 인도에서 카레와 함께 주식으로 먹는 난을 한번에 많이 구워 보관하도록 설계했다. 임은주 상품개발본부 차장은 “매년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기능성 신제품 40여 가지를 내놓아 세계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며 “글로벌 전략으로 락앤락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고 설명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