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서 ‘한국의 태진아’라고 소개하니까 일본어 ‘테지나(てじな·마술)’ 같다고 하더군요. 도쿄 긴자 거리에 제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는 걸 보니 정말 마술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이지만 이 모습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겠죠.”
19일 일본에서 싱글 음반 ‘스마나이(すまない·미안해)로 데뷔한 중견 가수 태진아 씨(56)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자리에서 “일본에서 활동하는 사흘간 서너 시간밖에 못 잤는데 사진이 잘 나올지 걱정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일본에서 분카(文化)방송 라디오와 케이블TV 토크쇼 등 데뷔 활동을 마치고 22일 밤 귀국했다.
“방송에 출연하려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를 켰는데 ‘한국의 가수왕 태진아가 일본에 상륙했습니다! 노래를 들어 보시죠’라는 소개에 이어 제 노래가 나오더군요. 가슴이 찌르르 저려왔습니다. 긴자의 한 레코드점에서는 한국인 여행객 부부가 음반을 사들고 나오다 저를 보더니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들었어요.”(웃음)
일본의 베테랑 프로듀서 하마 게이스케 씨와 손잡고 만든 이번 음반은 출시 직후 포털사이트 ‘야후 저팬’의 인기검색어가 됐다. “하마 씨는 18년 전에 한국의 한 노래주점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제 노래를 듣더니 ‘일본의 인기 가수 모리 신이치처럼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인데 음역이 더 넓어 시원스럽다’고 하더군요. ‘젊었을 때 한국의 전통음악인 창(唱)을 배운 덕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싱글 음반에는 ‘스마나이’와 ‘하나후부키(花吹雪·바람에 날리는 꽃)’를 실었다. 두 곡 모두 남녀의 숨은 속내를 노래한 차분한 템포의 연가다. 내년 2월에는 12개곡을 담은 정규앨범을 일본에서 발표한다. 녹음은 절반 정도 마쳤다. ‘옥경이’ ‘거울도 안 보는 여자’ ‘사모곡’ 등 히트곡 가사를 일본어로 바꾸고 새로운 스타일로 편곡했다.
“보아나 동방신기 같은 후배들과 차별되는 감성으로 일본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중국 시장에도 꼭 도전해야죠. 일단은 저보다 먼저 일본에 진출한 아들 이루와 함께 NHK ‘가요홍백전’에 출연하는 게 목표예요.”(웃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