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을 쓸 정도로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보테로. 스페인 소설 ‘칼리스토와 멜리베야의 희비극’에 나오는 두 인물을 그렸다. 빨간 옷의 여인이 멜리베야, 그녀의 사랑을 방해하는 고약한 노파가 검은 옷차림의 셀레스티나. 밑바닥 인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고야와 피카소도 같은 제목의 그림을 남겼다. 두 화가의 작품이 ‘비련’에 방점을 두었다면 보테로 그림에는 유머와 해학이 깔려 있다. 특히 교활한 셀레스티나가 멜리베야에 비해 매우 작게 그려진 점이 흥미롭다. 문학과 미술에서 표현방식의 차이를 이해한 화가는 같은 화면에서도 인물의 비중을 감안해 크기를 달리하는 독특한 표현법을 구사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