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밴드 2집 발표… 내달 기념공연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4분


최근 밴드 앨범 2집을 발표한 정원영은 “음악으로 돈 벌 욕심을 버리고, 음악을 즐기면서 살기 위해 생활력을 갖추는 후배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최근 밴드 앨범 2집을 발표한 정원영은 “음악으로 돈 벌 욕심을 버리고, 음악을 즐기면서 살기 위해 생활력을 갖추는 후배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곡쓰며 녹음하며 늘 키득키득 웃죠”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클럽오뙤르에서 만난 정원영(49)의 얼굴에는 2년 만의 단독공연을 앞둔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객석 구석구석을 오가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무대로 올라가 건반 앞에 앉았다.

“오늘은 조금 덜 친절하게, 말은 가급적 줄이고 빨리빨리 음악으로만 채우기로 했어요. 자,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발표한 정원영밴드 2집의 ‘서초동 그이’와 긱스 멤버로 활동할 때 만든 ‘트리핑 나우’를 이어붙인 경쾌한 오프닝. 빡빡 깎은 머리 때문에 더 어려 보이는 동안(童顔) 가득히 즐거워서 미치겠다는 듯한 웃음이 번졌다. 1993년 데뷔한 정원영은 동갑내기 김광민과 함께 ‘미국 버클리음대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익숙하게 만든 작곡가 가수 겸 재즈피아니스트다. 서울예대, 동덕여대를 거쳐 2006년부터 호원대 서울캠퍼스에서 강의하고 있다. 톡톡 튀는 재즈 선율처럼 화려하게 염색했던 머리칼은 2004, 2005년의 뇌종양 투병 이후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이날 입은 푸른색 티셔츠와 청바지처럼 더 담백하고 깔끔해졌다.

“제 음악이 특정 장르 없이 좀 이랬다저랬다 하죠?(웃음) 어떤 방향을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생각 난 ‘재미’를 따라간 결과물들이라서 그래요. 이번 앨범의 ‘도레미 송’ 가사는 짐 자무시 감독 인터뷰집을 읽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죠.”

미국 독립영화 감독 짐 자무시는 한 인터뷰에서 ‘중국 황제의 일생을 그린 거창한 영화를 만드느니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한 남자의 하루를 담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무릎을 치며 공감한 정원영은 동요처럼 소박한 ‘도레미 송’ 멜로디에 “소낙비 맞았죠, 개를 끌고…”로 시작하는 가사를 후다닥 써 붙였다.

“혼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곡을 쓰고 녹음을 해요 그래야 듣는 사람도 편하게 듣는 것 같아요. 제목이나 가사에 심각한 의미를 담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연주곡 ‘인간 류기남’의 류기남은 제 휴대전화 야구게임에 저장된 가상의 5번 타자 이름이에요.(웃음)”

그러나 그의 음악이 가진 치밀한 짜임새는 제목에서 엿보이는 장난기와 거리가 멀다. “류기남은 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다가 어렵게 재기한 선수일 것”이라는 농담 뒤로 야릇한 쓸쓸함이 배어났다.

“날마다 막걸리 한 통,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집에 들어가요. 이따금 쳐들어오는 학생들이랑 음악 얘기 나누면서 잔을 비우기도 하죠. 손기술은 뛰어난데 경험한 음악의 폭이 좁은 학생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정원영은 11월 발표할 솔로 5집을 피아노 독주곡으로만 채울 계획이다. 9월 17, 18일 클럽오뙤르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다시 연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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