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로 다듬은 조각가의 내면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4분


서예와 먹그림이 어우러진 조각가 김종영의 작품. 사진 제공 김종영미술관
서예와 먹그림이 어우러진 조각가 김종영의 작품. 사진 제공 김종영미술관
추상조각 개척자 김종영 서예-서화 작품 첫 공개

휘문고 재학 시절인 1932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전국학생서예실기대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다섯 살 때부터 한학을 배우며 한문 서예를 익혔고 훗날 조각가의 길을 걸으면서도 평생 붓과 먹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 현대추상조각의 개척자인 우성 김종영(1915∼1982). 조각에 못지않은 품격을 지닌 그의 서예와 서화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각도인서(刻道人書)’전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추상에 대한 사유를 파고들면서도 선비가 지녔던 교양으로서 서화를 체득하고, 전통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한 예술가의 정신세계를 오롯이 드러내는 글과 그림을 볼 수 있다.

은둔의 삶을 살았던 그는 200여 점의 조각 작품과 3000점이 넘는 드로잉, 800여 점의 서예작품을 남겼는데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 마음을 수양하고자 붓글씨를 썼고, 이를 근간으로 드로잉이 나왔으며, 그 조형성이 조각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면 그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분방한 서체를 구사했음을 알 수 있다. 종이가 모자라면 글자를 약간 작게 혹은 비껴 쓰는 등 격식에 구애받지 않았다. 화초를 보고 사생한 먹 드로잉에서도 호방함이 느껴진다. 전시와 맞물려 ‘우성 김종영의 서예: 서법묵예’(열화당)도 출간됐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02-3217-648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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